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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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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3살 파킨슨병, 1·2심 ‘산재’ 인정…근로복지공단은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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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파킨슨병.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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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엘이디(LED) 공장에서 일하다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노동자에 대해 1·2심 재판부가 “산재가 맞다”고 판단했는데도, 근로복지공단(공단)이 이에 불복해 상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자의 재해를 신속하게 보상하기 위해 도입된 산재보험인데도, 공단이 상고해 보험의 기본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시민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에 따르면, 공단은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전 엘이디 공장 노동자 신아무개(48)씨에 대한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한 항소심 재판에 불복해 지난 13일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7월25일 원심 판결을 유지하며 공단의 항소를 기각했다. 신씨는 2017년 산재를 신청했다가 2년간 공단의 역학조사 끝에 2019년 불승인을 받아 다음해인 2020년 소송을 제기해 1심에 이어 2심까지 승소했다. 꼬박 7년이 걸렸는데 공단의 불복으로 얼마나 더 산재 승인을 기다려야 할지 모르는 신세가 됐다. 신씨는 지난 13일 반올림에 “무슨 끝을 보려고 하는 건지, 공단이 해도 해도 너무들 하네요”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신씨는 2002년 3월부터 2004년 12월까지 2년9개월간 엘이디 제조 중소기업 두곳에서 개발·생산 업무를 맡았는데, 2007년부터 손이 떨리고 다리가 잘 움직이지 않았다. 이에 2009년 5월 병원을 찾았고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퇴행성 뇌 질환인 파킨슨병의 평균 발병 연령은 60살이지만, 당시 신씨의 나이는 33살이었다. 산재 신청과 불승인, 소송에 이르기까지 세월을 보내는 동안 신씨의 건강은 더 나빠졌다. 소송을 대리한 문은영 변호사(법률사무소 문율)는 “최근에는 거의 움직이지도 못하며 의사소통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산재 승인까지 늦어져 70대 어머니가 홀로 간병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단은 여전히 산재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한겨레에 “유기화합물과 파킨슨병 사이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며 “특히 엘이디 제조업, 반도체 등에서 파킨슨병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 선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규범적, 법리적, 추가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지난해 6월 “비록 의학적으로는 이 사건 상병(파킨슨병)의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면서도 △신씨가 근무하던 2002년 유해화학물질 인식이 전무해 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신씨가 두곳의 엘이디 공장에서 33개월간 하루 12시간 주 7일 근무한 점을 고려할 때 약 5.8년 업무를 수행했다고 볼 수 있으며 △파킨슨병 가족력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이종란 반올림 노무사는 “산재보험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보장제도인데, 노동자가 두번이나 승소한 사건에 대해 공단이 항소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문은영 변호사도 “1·2심에서 모두 산재로 인정한 사건에 대해 공단이 상고한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2021년 에스케이(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서 11년간 일하다가 파킨슨병이 발병한 60대 노동자는 산재로 인정받는 등 최근 파킨슨병 산재는 인정되는 추세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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