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1월 인도 간디나가르 인근의 태양광 발전소 개소를 앞두고 노동자들이 태양광 패널을 닦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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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로 | 에너지·기후정책 싱크탱크 ㈔넥스트 미디어총괄
‘인도’ 하면 떠오르는 것은? 힌두교, 불교, 간디, 커리, 그리고 커리 가게를 운영하는 럭키(인도 출신 방송인)…. 음, 그런 것도 좋지만 ‘인류세 관찰기’는 환경 칼럼이니까 기후변화나 에너지 쪽으로 이야기를 좁혀 보자. 자, 이제 무엇이 떠오르는가?
미세먼지로 악명 높은 곳, 초미세먼지가 가장 심한 100개 도시 가운데 83곳이 몰려 있고, 어떤 곳은 연평균 농도가 세자릿수를 보이는 곳. 아직도 전기의 70%를 석탄으로 만들고, 유럽연합(EU) 27개국을 합친 만큼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나라…. 요약하면 환경 후진국. 그래서 우리는 늘 모범사례 즐비한 선진국으로 눈을 돌린다.
지난달 3주에 걸쳐 미국에 다녀왔다. 미 국무부의 ‘국제 방문자 리더십 프로그램’(IVLP)의 하나로 인도·태평양 9개국에서 모인 10명이 미 전역을 돌며 에너지 정책에 대해 듣고 토론하는 자리였다.
풀뿌리 단계부터 시민사회와 기업, 공공이 파트너십을 맺도록 한 사회체계, 그것이 어떻게 캘리포니아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보급에 녹아들었는지, 네바다주가 재생에너지계의 ‘아웃사이더’ 격인 지열 발전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리고 공화당 텃밭 미주리주에 부는 녹색 바람 등을 접할 기회였다.
역시 미국이다. 기술과 도전정신, 창의력으로 성장의 발판을 쌓고 이를 흔들림 없이 지탱할 자본과 인력이 있는 곳. 우리는 늘 미국이나 유럽처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높은 나라에 시선을 맞췄다. 잘사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니까. 지금 우리의 모자람은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고, 이제부터 부지런히 따라가면 된다고 자위한다. 착각이다.
에너지 전환에서 우리 위치는 한참 아래다. 환경 후진국이라 치부했던 국가도 우리를 저만치 앞질러 가고 있다. 인도도 그렇다. 인도는 2010년 ‘자와할랄 네루 국가 태양 미션’(JNNSM·네루 태양 미션)을 발표하고, 당시 고작 11메가와트였던 태양광을 2022년에 2만메가와트로 늘리기로 했다. 비슷한 시기 한국의 녹색성장은 말잔치로 끝났지만, 네루 태양 미션의 목표는 7년 만에 조기 달성됐다. 이후 목표는 두번 더 상향됐다. 물론 인도에서도 초창기 태양광은 너무 비쌌다. 인도 정부는 태양광과 석탄 발전 전력을 묶음 판매하는 독특한 ‘번들링’으로 킬로와트시당 단가를 17.91루피(287.5원)에서 단박에 4.75루피(76.2원)로 떨어뜨렸다. 현재 인도의 태양광 발전단가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들어 쓰고, 남는 전기는 전력회사에 파는 넷미터링과 유사한 ‘뱅킹 메커니즘’은 1986년 도입됐다.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의 풍력발전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1980년대에 풍력발전을 했다는 것도 놀랍고, 이를 뒷받침하는 요금제까지 마련했다는 점은 더 놀랍다. 나스닥에 상장된 재생에너지 민간 발전사도 있고, 자국에서 쌓은 풍부한 실적을 토대로 세계 시장을 두드리는 다국적 터빈 제조사도 있다. 인도의 재생에너지 비중도 20%를 웃돈다. 한국은 아직도 10% 이하다.
인도뿐이랴. 필리핀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2%, 타이와 말레이시아는 18%다. 미 국무부 프로그램에 함께한 나라 중 한국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은 나라는 없었다. 심지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작은 태평양의 섬나라 나우루조차 ‘2050 넷제로’를 선언하고 손바닥만 한 땅 한 편에 태양광 발전소를 만들었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총성 없는 전쟁에서 한국은 미국과 유럽에만 뒤진 게 아니다. 우리보다 경제 수준이 낮다고 눈길 주지 않았던 곳도 이미 앞질러 가고 있다. 화석연료 시대에 쌓아 올린 우리의 성장 공식이 재생에너지 시대에도 유효하리라 믿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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