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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 (수)

[기고] 반세기 맞은 수도권 전철, 새 교통혁명 시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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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오늘(1974년 8월15일) 대한민국 서울에 전철이 첫 운행을 시작하였다. 만원 버스를 타고 다니던 국민은 처음 보는 커다란 전동열차에 놀라고 바퀴 소리에 흥분하며 하나둘씩 몸을 싣기 시작했다.

에드몬슨식(종이) 승차권을 가지고 승강장에 다다르면 아침을 같이하는 수많은 인파가 있었다. 중년의 애연가 아저씨들은 커피 자판기에서 달콤한 모닝커피 한 잔 꺼내 들고 담배 한 모금을 피며 열차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열차가 도착하면 타려는 사람들과 내리려는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 힘겨루기하기도 하고, 한쪽에서는 푸시맨들이 한 명이라도 더 전철 안으로 밀어 넣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열차 안에서는 규칙적으로 덜컹거리는 바퀴 소리를 자장가 삼아 깜빡 조는 사람들과 비좁은 틈 사이로 신문과 책을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전철 천장에 매달린 회전 선풍기와 열린 창문 틈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사람들의 열기를 조금이나마 식혀 주었다. 이렇게 수도권 전철은 명실상부한 ‘국민의 발’로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세계일보

이선관 한국철도공사 광역철도본부장


사람의 나이 50세를 ‘하늘의 뜻을 안다’는 의미로 ‘지천명’이라고 한다면, 수도권 전철 나이 50은 ‘수도권 2000만명 국민의 뜻’을 알아야 한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개통 당시 3개만 있던 전철노선은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까지 15개 노선으로 그 영역이 확대되었다. 6량이었던 차량도 8량, 10량으로 길어져 한꺼번에 더 많은 고객이 이용할 수 있고, 스마트폰에 담긴 교통카드와 각종 앱은 국민의 가방에 가득 차 있던 지갑, 신문, 책들을 하나씩 대체하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는 교통약자,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불편을 덜어주고, 승차 인원을 자동으로 감지해 작동하는 최첨단 냉난방 시스템과 공기정화장치는 열차 안이 조금이라도 덥거나 추우면 휴대전화 문자로 의견을 전달하여 바로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주말마다 자전거를 싣고 춘천, 양평으로 떠나는 모습도 이제는 낯설지 않게 된 지 오래다. 이처럼 수도권 전철은 ‘단순 이동수단’에서 ‘우리 삶을 반영하는 이동수단’으로 수도권 2000만명 국민의 뜻을 반영하면서 진화해온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수도권 전철은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 것인가?

앞으로 수도권 전철은 우리 일상을 반영하는 것은 물론 속도 경쟁력을 확보해 시간의 가치를 창출해 나갈 것이다. 그 중심은 역시 수도권광역급행철도인 GTX(Great Train express)이다. KTX가 대한민국에 반나절 시대를 열었다면 GTX는 출퇴근 30분 시대와 생활, 문화, 산업이 한층 더 가까워지는 새로운 교통혁명의 시대를 열 것이다.

또한, 시스템들의 비약적인 발전도 기대된다. 안전을 바탕으로 속도의 향상은 물론 무인운전, 자율주행 점검로봇 KTCS(Korea Train Control System)-M 신호시스템 등 모든 설비의 자동화, 첨단화가 이루어질 것이며, 고객 이동 패턴 분석기반의 환승 시스템, 설비의 고장 시점 등을 예측하여 사전에 조치가 이루어지는 유지보수 시스템들이 구축되어 지금의 광역철도보다 더욱 스마트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이제 수도권 전철은 50년의 역사를 지나, 새롭게 맞이할 미래도 ‘국민의 발’로써, ‘우리의 일상을 대표하는 교통수단’으로써, 계속 진화하고 발전하면서 묵묵히 그 역할을 다할 것이다.

이선관 한국철도공사 광역철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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