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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 (수)

이재명, 외교장관과 日사도광산 등재 관련 ‘허위 공문서’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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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와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벌인 설전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외통위에 출석한 이 전 대표와 조 장관. /뉴시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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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벌어진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와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설전'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동의한 외교부의 책임을 추궁하려 했는데, 조 장관은 유네스코 회의 당시 일본 수석대표가 했던 발언 전문을 거론하며 이를 반박했다.

이 전 대표는 외교부가 지난달 27일 사도광산 등재를 결정한 세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회의 직후 발표했던 보도자료 내용을 문제 삼아 ‘허위공문서 작성'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보도자료에서 외교부는 일본 수석대표 발언의 요지를 설명하는 항목 중 하나로 “일본은 한국인 노동자들이 처했던 가혹한 노동환경과 그들의 고난을 기리기 위한 새로운 전시물을 사도광산 현장에 이미 설치했다”고 소개했다.

이 전 대표는 “실제 (일본) 수석대표 발언은 ‘일본은 모든 노동자가 처했던 가혹한 노동 환경을 설명하고' 이렇게 돼있다”며 “‘모든 노동자'와 ‘한국인 노동자'가 같습니까 다릅니까”라고 질의했다. 일본 대표는 “모든 노동자”를 기린다고 말했을 뿐인데, 외교부가 임의로 “한국인 노동자”로 바꿔 보도자료를 조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지난 9일 한 진보 성향 언론이 보도한 기사와 같은 내용의 지적이었다.

그러나 조 장관은 “일본 수석대표의 발언을 첫 부분부터 보면 그 모든 노동자란 것이 특히 한국인 노동자라고 강조하는 부분이란 것을 금방 알게 돼있다. 그 부분을 다 떼고 뒷부분만 보도했기 때문에 그렇게 읽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달 WHC 회의에 일본 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가노 다케히로 주유네스코 일본 대사는 발언 초반에 “세계유산위원회 권고사항과 관련해 일본은 한반도로부터의 노동력을 포함한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해석·설명 전략과 시설을 개발하기 위해 대한민국과 긴밀히 대화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진 가노 대사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세계유산위원회의 모든 관련 결정들 및 이 결정들과 연관된 일본의 약속들을 명심하고, 특히 한반도 노동자들을 포함한 사도광산의 모든 노동자들을 진심으로 기억하면서, 일본은 세계유산위원회 권고사항을 성실하고 철저히 이행해 나갈 것이며, 한국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해석·설명 전략과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이를 위한 일본의 약속들과, 사도광산 관련 한국과의 의견 차이를 우호적으로 해소하고자 하는 일본의 의지를 증명하기 위해, 일본은 모든 노동자들에 대한 새로운 전시물들을 유산 현장의 해석·설명 시설에 이미 설치했는데, 이 전시물들은 그들이 처했던 혹독한 노동 환경을 설명하고 그들의 고난을 기억하기 위한 것들입니다. 유산 현장에서 모든 사도광산 노동자들을 위한 추도식도 매년 개최될 예정입니다.

이 기회를 빌려 사도 현지 시설에서 전시된 일부 요소들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전시에 국가총동원법, 국민징용령 및 기타 관련 조치들이 한반도에서도 도입됐습니다. 이어 일본이 한반도에 설치한 행정기관인 조선총독부의 관여 하에 처음에는 ‘모집’ 이후에는 ‘관 알선'이 시행됐습니다. 1944년 9월부터는 ‘징용'이 시행돼 노동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작업을 부여했으며 위반자는 수감되거나 벌금을 부과 받았습니다.

전시실에는 한반도 노동자들이 바위 뚫기, 버팀목 설치, 운반과 같은 갱내 위험 작업에 더 높은 비율로 투입됐음을 시사하는 기록도 있습니다. 노동 환경에 대한 분쟁 기록과 사망 사고에 대한 기록도 있습니다. 한 기록은 한반도 노동자들의 월평균 근무일이 28일이었음을 보여줍니다. 또 다른 기록은 한반도 노동자들의 도주와 수감이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조 장관은 이 전 대표가 이런 맥락을 보지 않고 문장의 중간 부분을 떼어내서 “모든 노동자”란 단어만 보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조 전 장관은 “(발언) 맨 앞에 ‘모든 노동자, 특히 한국인 노동자'(all the workers, especially those from the Korean Peninsula)라고 정의가 나와 있다”며 “법률이나 조약문 보면 앞에는 자세히 돼있고 이하 약칭 이런 식으로 돼있는데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계속해서 “공문서(보도자료) 허위작성”이라며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했지만, 조 장관은 “앞에 다 설명을 해놓았다. 허위작성한 바 없으니까 처벌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이에 앞서 이 전 대표와 조 장관은 2015년 이른바 ‘군함도’로 불리는 일본 근대산업시설 등재 당시 일본 대표단이 세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회의에서 했던 약속과 이번 사도광산 관련 한·일 협의가 연결돼 있는지 여부 등을 두고도 설전을 벌였다.

2015년 일본 대표는 WHC 회의에서 “일본은 1940년대에 일부 시설에 수많은 한국인과 다른 (국가)사람들이 자기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로 노역을 했다(forced to work)는 점에 대해 알리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후 관련 전시가 군함도 부근이 아닌 도쿄에 설치돼 이행의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조 장관은 지난달 WHC 회의에서 일본 수석대표가 “세계유산위원회의 모든 관련 결정들 및 이 결정들과 연관된 일본의 약속들을 명심하겠다”고 한 것에는 “수많은 한국인이 자기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로 노역을 했다(forced to work)는 점을 알리겠다”고 했던 2015년 군함도 합의가 포함돼 있다고 했다. 일본이 ‘강제동원’이란 표현을 수용하지는 않았지만 근접한 효력을 가진다는 취지다.

그러나 다음 차례에서 질의에 나선 이 전 대표는 “한국어를 배운 사람인데도 장관 말이 이해가 안 된다”며 “사도광산하고 군함도가 같은 건가 다른 건가” 물었다. 조 장관은 “본질적으로 같은 성격의 문제”라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그럼 군함도에 대해서 약속하거나 합의된 것이 사도광산에 대한 합의와 같은 건가 다른 건가”고 재차 질의했지만, 조 장관은 “본질이 같은 것이기 때문에 묶여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의 발언답지 않다”고 했고, 조 전 장관이 “강제동원의 역사를 기록에 남긴다는 뜻에서…”라고 반박하려 했지만 말을 끊었다.

이 전 대표는 “우리 국민들이, 또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이 이해하기로는 강제동원에 대한 언급이 없다, 양보했다, 일본에 밀렸다고 이렇게 생각하는데 장관만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게 되나”라고 다시 질의했다. 조 장관은 “(일본 대표의) 발언문안이 증거자료 아니겠습니까. 제가 없는 걸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답변했다.

이 전 대표가 사도광산 관련 전시가 이뤄지고 있는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대해 “사도광산에서 2km 떨어져 있다. 사도광산 현장은 아니다”라고 말하자, 조 장관은 “사도광산이 넓은 지역”이라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그러면 사도광산이 일본에 있으니까 일본 아무데나 설치하면 현장에 설치한 게 되나”라고 물었지만, 조 장관은 “지난 번 군함도(관련 전시)를 도쿄에 해서 큰 분란이 일어났기 때문에 이번에는 바로 현장, 가까운 곳에 설치하라는 권고사항이 있었고 그것을 일본이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장관 스스로 한 말 중에 ‘가까운 곳'과 ‘현장’이 같은가 다른가”라고 했지만, 조 장관은 “거기서 말하는 ‘현장’이란 게 사도광산 갱도 있는 데 하라는 뜻이 아니다. 도쿄 같은 데다 하면 안 된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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