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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손님 '케이크 절도' 누명 씌운 대형마트…"동네방네 도둑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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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에 절도 장면 없는데도 신고
피해 고객, 스트레스에 병원 신세
마트 측 "꼼꼼하게 확인 못했다"
한국일보

한 대형마트로부터 절도범으로 신고당한 B씨가 마트 주류 매대를 둘러보고 있다. JTBC '사건반장'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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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형마트가 여성 고객에게 절도 누명을 씌웠다는 사연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여성 고객은 경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웃에 절도범으로 소문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9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지난달 3일 A씨에게 형사들이 찾아와 "마트에서 절도 신고가 들어왔다. 아내분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경찰에 출두해 조사받으셔야 한다"고 알렸다.

대형마트서 만두, 케이크 절도 신고


아내 B씨가 지난 5월 대형마트에서 만두와 치즈 케이크 등 약 7만7,000원 어치의 물품을 훔쳤다는 게 신고 내용이었다. B씨는 상품이 없어졌다는 당일 마트에 간 것은 맞지만 훔친 사실은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경찰이 출석을 요구해 2시간 가량 조사를 받았다.

A씨는 '법 없이도 살 아내가 그럴 리 없는데, 대형마트가 아무 증거도 없이 애먼 사람을 잡겠나'라는 생각에 무슨 오해가 있나 싶어 대형마트에 직접 찾아갔다.

A씨에 따르면 해당 마트 보안팀장은 "폐쇄회로(CC)TV에 B씨가 개인 가방에 물품을 담아 마트를 빠져나간 것까지 다 찍혔다"고 얘기했다. A씨가 CCTV를 보고 와서 다시 얘기해달라고 요청하자 30여분 후에 돌아오더니 보안팀장은 "CCTV에 아무 것도 찍혀 있지 않다"고 번복했다. 훔치는 장면이 찍혀있지 않다는 의미였다. 반면 마트 점장 "우리는 그 정도면 충분히 신고할 만 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B씨는 A씨에게 "만두는 쇼핑카트에 담았다가 매대에 돌려놨고, 치즈케이크는 카트에 담은 적도 없다"고 말했던 터라 A씨는 CCTV를 직접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마트 측에선 "당장 보여줄 수 없다"며 거절했다.

CCTV에 절도 장면 없어… 결국 무혐의


A씨 부부는 경찰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대형마트 측이 제출한 CCTV 영상을 확인했는데, B씨가 치즈케이크를 담는 장면 등 절도 상황이 담긴 장면은 없었다. 그러나 마트 측은 "(B씨가) 만두를 시식하고 카트에 넣는 장면이 CCTV에 있었고, 치즈 케이크는 직원들이 직접 카트에 담았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경찰은 수사를 진행하면서 A씨 부부가 사는 건물을 7번이나 찾아오고 30여 세대를 방문해 B씨 사진을 보여주며 누군지 아냐고 탐문하는 바람에 동네에 절도범으로 소문이 났다는 게 A씨 부부 주장이다. 이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B씨는 급기야 온몸이 아프기 시작해 응급실에 실려갔고, 대학병원에 입원까지 했다. 결국 B씨는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마트 측, 경찰 탓하며 책임 회피"


A씨는 "대형마트에 가서 항의했더니 자기들이 의도한 바가 아니라고 경찰 탓만 계속 했다"며 "결과적으로는 대형마트에서 근거도 없는 걸 갖고 신고해서 이런 사달이 벌어진 건데 계속 책임 회피만 했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해당 마트 지점장은 A씨가 지속적으로 항의하자 "고객님에게 죄송하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용해 의도치 않게 경찰에 신고했다.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했다"고 사과하면서도 "(B씨가) 스트레스를 받은 것도 (우리가) 의도한 게 아니라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해명했다.

이후 취재가 지속되자 도의적으로 30만 원의 합의금을 제안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A씨는 단칼에 거절했다. 그는 "돈 받을 생각 조금도 없다. 저희 같은 피해자가 나와선 안 되지 않냐"며 "저렇게 큰 대형마트에서 근거도 없이 신고가 남발이 되는지 어이가 없고, 지금까지도 지점장은 신고한 것에 대해 반성의 태도가 없어서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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