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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르포]2차병원 응급실도 의사 1명에 대기환자 30명… "추석연휴, 1만명은 진료 못 받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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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과부하, 2차 병원까지 확산 추세
전공의 이탈로 의사 근무조 5명→1명
입원환자만 10명, 구급차는 40분째 대기
강원·충북서도 전원 요청 "80%는 거절해야"
한국일보

4일 오후, 24시간 동안 '나 홀로 응급실 당직'을 서고 있는 이형민 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환자 검사 사진을 보고 있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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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혼자 24시간 응급실 당직을 서야 하는데 벌써 대기환자만 30명이 넘었네요. 119 구급차가 환자를 못 내려서 계속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4일 오후 3시, 응급실 접수환자 목록을 살펴보던 이형민 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이날 오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나 홀로' 응급실 당직을 서고 있었다. 이 교수는 "평소 의료진 5명이 하던 응급실 진료를 혼자서 감당하고 있다"며 "전국 대부분 응급실 상황이 비슷하다"고 토로했다.

경기 고양시에 있는 일산백병원은 2차 종합병원으로 응급의료센터에 14개 일반병상을 보유하고 있다. 기자는 이날 오후 이 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의료진 동의하에 환자 진료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응급실 위기' 상황을 취재했다. 취재하는 동안 허리를 다쳐 찾아온 환자가 2시간 넘게 대기하는 등 응급실은 포화 조짐이 보였다. 전공의 집단 이탈, 전문의 번아웃으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이 중증 위주로 환자를 가려받고 그마저 감당하지 못해 일부 병원이 부분 운영 중단에 들어가면서 그 여파가 2차 종합병원 응급실로 번지는 형국이다.

의사는 1명, 대기환자는 30명

한국일보

4일 오후 일산백병원 응급실 앞에서 40분 넘게 대기 중인 119구급차.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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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백병원은 평상시 120~130명의 응급환자를 받았지만, 최근에는 하루 80여 명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 환자를 받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그럴 수가 없다는 것. 이날은 중증환자 3명, 경증환자 4명, 격리환자 3명이 동시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었고, 30명 이상의 환자가 진료를 받으려 대기 중이었다. 이 교수는 "의사 1명당 한 번에 감당할 수 있는 응급환자는 경증은 5명, 중증은 2명, 심폐소생술 환자는 2시간 동안 1명이라는 가이드라인이 있다"며 "대부분 응급실이 이 기준을 넘어선 채로 환자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과부하 상태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불리는 응급실 미수용으로 이어진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 병원 응급실에는 하루 평균 50~60통의 전원 요청이 쇄도한다. 이날 들어온 전원 요청을 살펴보니 경기남부권은 물론 강원과 충북에서도 연락이 왔다. 환자 증상도 대동맥박리 같은 초응급 질환에서 심장시술, 응급외과수술을 필요로 하는 중환자까지 다양했다. 잠시 짬이 난 이 교수와 짧은 대화를 하는 동안에도 전원 요청 전화를 받은 간호사가 "지금 이쪽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다른 병원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안내했다. 이 교수는 "전원 요청이 많게는 하루 100건까지 오지만 10~20%밖에 받아주질 못하는 상황"이라며 "나머지 80%의 환자는 다른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전공의 공백 사태가 길어지면서 응급실 의료진 자체가 감소했다. 평소 전공의 및 인턴 4명과 팀을 이뤄 일했던 이 교수도 지금은 혼자서 업무를 감당하고 있다. 응급처치를 마친 환자를 맡아줄 배후진료 역량도 약화했다. 내과, 소아과, 외과 등 필수과목의 진료 여력은 응급실의 환자 수용도와 직결된다. 일산백병원은 8일부터 응급 산과수술이 불가능해졌다.

병원 응급실 앞에는 119 구급차가 싣고 온 환자를 40분 넘게 내리지 못한 채 대기 중이었다. 이 교수는 "119 구급차가 응급실에 묶여 있으니 다른 환자 이송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추석 연휴, 1만 명 진료 못 볼 수도"

한국일보

8일 서울 시내 한 응급의료센터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게시돼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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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방문 환자가 늘어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이 교수는 "전국에서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하루 평균 2만 명인데 연휴가 되면 3만 명까지 늘어난다"며 "현재 응급실 상황을 보면 늘어난 환자 1만 명은 물리적으로 응급실 진료를 못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 방지를 위해 내놓은 당직 병원·의원 7,931개(추석 당일 1,785개) 지정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반 병의원은 응급환자를 돌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환자들이 응급실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군의관 250명 투입 대책에는 응급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군의관의 역할은 제한적일 거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정부는 응급실 대란 우려는 과장됐다는 입장이지만 문을 열어둔 응급실도 정상 진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정확한 현실 파악에 기초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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