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0 (화)

원룸 ‘불법주차’ 신고하자…“블랙박스로 누군지 확인” 되레 으름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불법주차 신고…“누군지 안다” 협박 대자보

장애인 주차구역에 불법 주차된 차들을 신고했더니 과태료를 문 주민들이 신고자를 공개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여 논란이 됐다.

세계일보

부산의 한 빌라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불법 주차한 차량. 이를 신고한 입주민을 비판하는 대자보.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1일 구청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산의 한 빌라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지난 한 달간 빌라의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불법 주차된 차량을 휴대전화로 30회 이상 촬영해 국민신문고에 올렸다. 주차 공간이 있는데도 장애인 전용 구역에 습관적으로 주차하는 사람들이 많아 문제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불법 주차 차주들은 A씨 신고 후 구청으로부터 10만원의 과태료를 문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신고 덕에 그가 사는 빌라의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에는 불법주차가 사라졌다.

하지만 지난 1일 30여세대가 거주하는 이 빌라의 1층부터 6층을 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 A씨를 비판하는 내용의 협박성 대자보가 붙었다. 불법 주차로 과태료를 부과받은 주민이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게시문은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A씨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특히 차량의 블랙박스를 통해 A씨가 같은 주민임을 확인했다고 밝혀 A씨를 섬뜩하게 만들었다.

게시문은 "요즘 악의적으로 누가 신고를 하는 것 같아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여 블박(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해보니 입주민이신 것 같더라. 어떤 심보로 신고를 하신건지 정말 이해가 안 되어서 이렇게 쪽지 남기게 되었다. 도대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마음 같아선 직접 가서 따지고 싶은데 저도 똑같은 사람 될까 봐 행동으로 옮기진 않겠다. 세상이 무섭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고 적혔다.

게시문이 달리자 주차 위반 과태료를 물었던 다른 주민들이 동조하는 댓글을 잇달아 달아 놓았다. "샵 인정" "진짜 너무함. 잘 먹고 잘살아라." "동감한다. 저도 신고당했다" "주차 공간이 없다면 당연히 (장애인 구역에) 대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빡빡하게 굴지 좀 마라 ㅠㅠ" 등이다.

이 대자보는 게시 1주일쯤 지나 제거되긴 했지만, A씨는 빌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이동하면서 다른 주민들과 마주칠 때마다 위해를 당하지 않을까 심한 불안감을 느낀다고 한다. 세상이 흉흉하다 보니 혹시 말다툼이나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건 아닌지도 걱정하고 있다.

A씨는 "내가 정말 융통성이 없고 잘 못했는지, 위법행위를 한 그들이 잘못한 건지 궁금하다. 나의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된 후 댓글을 통해 국민의 판단을 받아보고 싶다"면서 "블박 영상을 뒤져서 나를 특정하고 심지어 직접 찾아가 따지고 싶었다고 하는 걸 본 후 상당히 두려운 상태다. 나의 공익 신고로 장애인 주차구역의 불법주차는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