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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귀엽다”며 쓰다듬고 억지로 업고…사촌오빠 신체 접촉에 ‘명절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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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볼 때 옆에 붙어 앉아 어깨 쓰다듬거나 거부 의사 표해도 손 꽉 잡고 배 만져…업어준다며 엉덩이도 만져”

세계일보

JTBC ‘사건반장’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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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사촌오빠의 불쾌한 접촉이 트라우마로 남아 명절만 다가오면 참아왔던 분노가 폭발한다는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9일 JTBC ‘사건반장’에 오래 전 사촌오빠의 성추행에 시달린 기억을 꺼내놓은 A씨는 다가오는 추석 명절이 두렵다고 호소했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명절을 맞아 시골집에 내려갔다. 어른들은 음식을 하고 있고 나는 방에서 TV를 보고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중학생이던 사촌오빠가 오더니 옆에 붙어 앉아 은근슬쩍 어깨동무를 했고, 어깨 쪽을쓰다듬는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사촌오빠는 어린 A씨에게 “너도 월경을 시작했냐”, “남자 친구 있냐” 등 질문을 하기도 했다. A씨는 “그때만 해도 초등학생이니까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굉장히 짜증 났다”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싫다고 하는데도 손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거나 이상하게 배를 만지는 등 A씨 몸을 만지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런 일에 대해 어른들에게 이야기 해봐도 소용 없었다. 사촌오빠는 ‘귀여워서 그랬다’고 하고, 어른들도 그냥 웃어넘겼던 것.

불쾌한 신체 접촉은 계속됐다. A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사촌오빠가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며 끌고 나가서 으슥한 골목길로 데리고 갔다. 그때 갑자기 업어주겠다면서 강제로 날 업었고, 사촌오빠의 손이 엉덩이 쪽을 계속 만졌다”며 “내려달라고 울기까지 했지만 사촌오빠는 웃으면서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참다못한 A씨가 부모님께 이 사실을 털어놓자, A 씨의 부모는 사촌오빠를 찾아가 “네가 인간이냐. 싫다는 동생을 왜 만지냐”고 혼냈다. 그러자 사촌오빠의 엄마, 즉 A씨의 큰엄마가 등장해 “왜 남의 귀한 장남을 혼내냐”고 소리쳤고 가족 간 욕설까지 오가며 싸움을 벌이게 됐다.

세계일보

JTBC ‘사건반장’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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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사촌오빠와 큰엄마, 큰아빠의 사과 연락을 기다렸는데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 결국 아빠는 자기 형과 인연을 끊었다”며 “몇 년이 흘러 큰아빠가 그때 일은 잘못했다고 해서 화해했고, 어쩔 수 없이 2년 전부터는 다시 큰집에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촌오빠의 사과는 없었고, A씨의 상처는 조금도 아물지 않았다. 문제는 지난해 할머니 팔순 잔치 겸 명절 때 발생했다. A씨는 “사촌오빠가 결혼을 선언했다. 당연히 축하받는 게 맞는데 아직까지 마음이 불편했다”고 말했다.

그는 큰 아버지가 “우리 아들 최고”라며 자랑하는 데다 며느리 자랑까지 늘어놨다고 토로했다. A씨는 “아빠가 못 참고 ‘성추행범이 뭐가 그렇게 자랑이냐’고 한마디 했다가 난리가 났다”고 전했다.

이후 집안이 ‘성추행이 맞다’는 A씨 편과 ‘짓꿎은 장난이었다’는 큰아빠 편으로 나뉘었다. A씨는 “사촌오빠가 그때 했던 행동이 성추행 맞다고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에 큰아빠 측은 “어딜 감히 내 아들을 성추행 취급 하냐”고 분노했다.

A씨는 “난 평생 그 장면을 잊지 못하고 악몽까지 꾸고 있다. 사촌오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냥 덮고 되레 자기 행복을 자랑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제가 당한 게 성폭력이 아니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사연에 대해 양지열 변호사는 “큰아버님 정말 조심하셔야 한다. 사촌오빠가 중학생이었어서 처벌을 안 받는 나이라 다행이지, 미성년자 친족 대상 성범죄는 공소시효도 없는 중범죄다”라며 “아무리 어렸을 때, 옛날에 겪은 일들도 피해여성은 풀어지지 않고 고스란히 갖고 있다”고 일침했다.

박상희 샤론정신건강연구소 소장도 “성폭력을 당한 것만 해도 평생의 트라우마가 되는데 거기 가족역동까지 합해지면 (피해자에게)죄책감도 더해지고 혼자 감당하려 하는 등 어려운 점이 많아진다”며 “이걸 평생 잊지 못하고 여전히 악몽까지 꾸고 있는데 지금 와서 아무 일 없단 듯 덮고 내가 요즘 행복하다고 자랑하면 여성에게 두 번, 세 번 고통을 주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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