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 브라운 前샌프란시스코 시장
지역 정가 거물… 유부남 때 해리스와 1년 연애
야심있는 해리스에 물심양면 지원, 선거 때마다 논란
해리스 “목에 걸린 알바트로스” 토로하기도
8일 트럼프 기자회견으로 다시 수면 위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오른쪽)과 윌리 브라운 전 샌프란시스코 시장. /X(옛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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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와 윌리 브라운 사이의 관계가 그녀의 경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요?”
8일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이런 질문이 나왔다. 윌리 브라운(90)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는 처음 샌프란시스코 시장을 지낸 캘리포니아 정가의 거물 중 한 명이었다. 트럼프는 “윌리 브라운을 아주 잘 안다”며 함께 탄 헬리콥터가 추락해 구사일생했던 경험을 얘기했다. 이어 “그가 해리스에 대해 엄청난 일을 말해줬다”며 “이게 당신이 말하는 것 아닐까 한다. 그가 카멀라의 경력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 정가 거물 브라운, 야심있는 해리스의 연인·멘토 역할
윌리 브라운 전 샌프란시스코시장이 지난 5월 샌프란시스코 글라이드 메모리얼 교회에서 열린 세실 윌리엄스 목사 추도식에 참석해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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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하루 만에 트럼프의 이런 발언은 거짓으로 판명이 났다. 트럼프가 2018년 재임 중 산불 피해 현장을 점검하던 헬기에 같이 탑승한 건 윌리 브라운이 아닌 제리 브라운 당시 주지사(2011~2019년 재임)였기 때문이다. 이때 부지사 자격으로 동승했던 게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비상착륙은 없었고 카멀라에 대해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윌리 본인 역시 등판해 “내가 누군가와 함께 헬리콥터를 탔다가 추락할 뻔한 일이 있었다면 그걸 공개하지 않을 사람이냐”고 거들었다.
‘윌리 브라운’을 둘러싼 해프닝은 언론의 팩트체크를 통해 하루 만에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 이름은 잘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11월 대선을 90여 일 앞두고 TV토론이든 유세 현장이든 두고두고 오르내릴 가능성이 큰 이름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로스쿨 졸업 4년 뒤인 1994년 당시 캘리포니아주 주의회 의장인 브라운을 만나 서른 살이 넘는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사랑에 빠졌다.
브라운의 도움 덕분에 정치적 야망이 컸던 해리스가 샌프란시스코 민주당 부호들의 파티에 낄 수 있었고, 비상근직이지만 10만 달러가 넘는 고액 연봉을 받는 주(州) 위원회 이사를 지내며 커리어를 쌓았다. 브라운은 지지자·후원자 등 자신이 갖고 있는 ‘정치 네트워크’를 해리스에 연결해 줬고, 신형 BMW 자동차도 선물하고 파리여행도 보내줬다. 당시 LA타임스는 해리스를 브라운의 ‘빈번한 동반자’라 표현했고, 주변 사람들은 ‘브라운의 여자친구’라 불렀다. 해리스가 29세, 브라운이 60세였을 때의 일이다.
◇ 주요 선거때마다 불륜 논란… 해리스 “목에 걸린 알바트로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윌리 브라운 전 샌프란시스코 시장. /X(옛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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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당시 브라운이 결혼한 유부남이었다는 점이다. 사교계에서 ‘플레이보이’로 통했던 브라운은 해리스와 만날 당시 배우자와 별거 중이었지만 이혼한 상태는 아니었다. 재혼설에도 두 사람의 관계는 1년 만에 끝났지만, 브라운은 해리스의 ‘정치적 멘토’가 됐다(브라운의 또 다른 멘티 중 하나가 민주당의 잠룡인 뉴섬이다). 해리스가 2003년 샌프란시스코 지방 검사 선거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브라운의 도움이 컸다. 해리스는 이 토대 위에서 2011년 주 법무장관, 2017년 상원의원, 2021년 부통령으로 거듭나며 승승장구하게 된다.
다만 이런 브라운과의 관계는 해리스가 상원의원 선거, 대선 경선 등 굵직한 캠페인을 할 때마다 줄곧 따라다녔다. 도무지 지울 수 없는 과거의 거대한 골칫거리, 치부라는 뜻에서 해리스가 이를 “내 목에 달린 알바트로스(Albatross hanging around my neck)”라 불렀다는 얘기도 있다. 2020년 대선을 앞두고 해리스가 대선 경선에 출마했을 때도 ‘윌리 브라운의 매춘부는 안 된다’는 반대파 플래카드가 유세 현장을 따라다녔다. 트럼프 역시 이를 리트윗했는데, 지금도 공화당 인사들이 해리스를 공격할 때마다 주기적으로 소환하는 문구다. 이번 대선에서도 언제든지 재론될 가능성이 크다.
폴리티코는 “브라운이 더 이상 해리스와 직접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이런저런 제안은 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하고 해리스 지지를 선언하자 브라운에게 해리스에 대해 문의하는 전화가 수십 통이나 쏟아졌다고 한다. 그는 언론에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그녀가 나를 추방할지도 모른다” 농담도 던졌다. 본인이 키운 해리스지만 검찰 고위직에 오르고 나서는 “무단횡단을 해도 기소할 수 밖에 없다”고 브라운에게 말할 정도로 공과 사의 구분이 철저했다고 한다.
브라운은 2019년 1월 해리스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각광을 받고 자신과의 관계가 재소환되자 지역지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그래 나 카멀라와 데이트했다. 그래서 어쩔 거냐?”는 글을 쓰기도 했다. “하원의장이었을 때 그녀를 두 개의 주 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해 경력에 영향력을 미친 것이 맞다”고도 인정했다. 반면 해리스는 “브라운의 경력은 끝났지만 나는 앞으로 40년 동안 살아 숨 쉬며 활동할 것”이라며 “그에게 빚진 것이 없다. 만약 부패가 있었다면 기소될 것”이라고 했다. 해리스는 2014년 이혼한 변호사인 더글러스 엠호프와 결혼했다. 엠호프는 최근 전처(前妻)와의 결혼 생활 중 자신이 딸의 사립학교 교사와 불륜을 저질러 이혼 사유가 됐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가운데)과 러닝 메이트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오른쪽)이 6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해 있다. 해리스 왼쪽은 배우자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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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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