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상 前 대법관 학술지 기고
지난 1월 대법관 퇴임 후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안철상 전 대법관이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法外)노조’ 관련 전원합의체 판결은 본질적 쟁점을 회피했다”며 “대법관들이 선고 기일에 쫓겨 내린 결론”이라고 지적했다. 전직 대법관이 자신이 참여했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직접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안 전 대법관은 지난 5월 서울대 법학연구소가 발행하는 ‘기초법학연구’에 ‘법, 법원, 판례’란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그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해 대법관이 됐고, 법원행정처장을 거쳐 작년 9월 대법원장 권한대행도 맡았다.
안 전 대법관은 글에서 2020년 이른바 ‘전교조 합법화’ 판결을 지목했다. 2013년 정부가 해직 교사 9명이 가입된 전교조는 ‘법외노조’라고 통보해 법적 지위를 박탈했는데, 이 처분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무효라고 결론낸 사건이다.
당시 김 대법원장 등 대법관 8명은 “노동조합법에는 법외노조 통보에 관한 규정이 없는데, 하위 법령인 시행령을 근거로 법외노조 통보를 한 것은 위법하다”며 1·2심을 뒤집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지엽적 판단”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때 안 전 대법관은 별개 의견을 통해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이라는 결론에는 동의하면서도 “근본적인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기고문에서도 안 전 대법관은 “(당시 전원합의체의) 다수 의견은 (상위 법령이 없는) 시행령 규정이 무효라는 이유로 결론을 간단·명료하게 도출했다”며 “대법원에 접수된 지 4년, 1심에 접수된 지 7년 만에 나온 결론으로서는 장기간 논란이 된 본질적 쟁점을 회피한 것”이라고 했다. 해직 교사를 받아준 노조가 법적 자격이 있는지, 노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했을 때 공익이 생기는지, 법외노조 통보가 노조의 기득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등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안 전 대법관은 “원고나 기사의 마감 시간에 쫓기는 교수나 기자처럼, 대법관들도 판결 선고 기일에 쫓긴다”며 “판결문 작성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생겨 초안과 최종안이 달라지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전교조 판결이 이런 경우”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법관은 한 달에 300건 이상 사건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1~2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 작성해야 하는 전원합의체 의견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전교조 사건처럼 사회적 논란이 있는 사건은 전원합의체에 갈 경우,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몇 년씩 걸리기도 한다”면서 “4년을 심리했는데도 절차적 문제만 따져서 결론을 냈다는 게 잘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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