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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사설] 한국도 외국대리인 등록법 제정과 간첩죄 개정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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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출신의 영향력 있는 대북 전문가인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미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한국 정부를 대리한 혐의로 미 연방법원 재판에 넘겨졌다. /미 연방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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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리 초대 우주항공청(KASA) 우주항공임무본부장이 미국 정부에 외국대리인(Foreign Agent)으로 등록했다고 한다. 존리 본부장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지난 5월 설립된 우주항공청에서 연구·개발을 총괄한다. 1938년 만들어진 미국의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은 미국에서 외국 정부를 위해 활동하는 인사들은 법무부에 등록해 활동을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존리 본부장은 앞으로 자신이 한국 정부에서 받는 월급은 물론 언제 어디서 미국 정부의 누구를 만났는지까지 신고해야 한다. 지난달 한국계 수미 테리 미 외교협회 선임 연구원은 외국대리인으로 등록하지 않고 한국 정부를 위해 일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한국판 나사(NASA)’를 표방한 우주항공청이 미국 국적자를 발탁한 것은 30년 NASA에서의 경력과 인맥을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외국대리인등록법의 규제를 받게 되면 한국 정부의 우주개발 상황이 사실상 그대로 미국에 노출될 수도 있다. 미국은 우주개발에 있어 협력 대상이지만 우주항공청 핵심 관계자의 활동이 외국에 노출되는 것은 문제라고 봐야 한다.

미국이 동맹과 적국에 상관없이 과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정보 보호를 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국내에서 외국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제도가 전무한 상황이다.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한국에서 자신들의 국익을 위해 활동하는 대리인들을 두고 이들을 통해 무제한으로 국내 인사들을 접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안보 정보는 물론 반도체 같은 첨단 산업 정보들까지 유출되고 있지만 우리 대응은 사후 대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도 외국대리인등록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국정원은 최근 이 법 제정 및 국가안보기술연구원법, 간첩죄 적용 대상 확대를 위한 형법 개정 등 정보 역량 강화 방안을 국회에 보고했다. 현행 형법은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에 기밀을 넘긴 경우로 한정하고 있는데, 미국을 포함해 모든 외국에 국가 기밀을 넘기면 간첩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여야는 이 법 도입에 큰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간첩죄 적용 확대를 위한 형법 개정도 국익 보호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여야 간 입장 차이를 충분히 좁힐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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