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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컴포즈커피 4700억원 대박 매각 비결은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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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 건물에 위치한 메가엠지시(MGC)커피·컴포즈커피·빽다방 등 3대 저가 커피 브랜드 매장. 졸리비그룹의 컴포즈커피 인수는 양쪽 기업에 나쁘지 않은 거래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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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포즈커피는 2014년 부산에서 탄생한 신생 커피 체인 브랜드다. 커피 등 음료를 2천~3천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신생 업체임에도 불과 10년 만에 매장을 2500개 이상으로 늘려 커피 체인점 순위 3위까지 올랐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포장판매 선호 증가로 매장 수를 두 배 넘게 늘렸다고 한다. 매출액도 연간 1천억원을 육박한다.



이 컴포즈커피가 필리핀의 거대 외식 브랜드 기업인 졸리비그룹에 매각됐다고 한다. 무려 4700억원이라는 금액으로 말이다. 일부 지분 매각이 아닌 통으로 넘겼다. 매각 후 졸리비그룹이 70%의 지분을 보유한다. 그리고 25%는 국내 사모펀드인 엘리베이션에쿼티파트너스가 인수했다. 의사결정권은 졸리비그룹이 갖되 국내 사정에 정통한 사모펀드가 향후 경영전략를 짜는 모양새다.



창업주는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깔끔하게 전체 사업권을 넘겼다. 덕분에 창업주에게 즉각적으로 엄청난 돈방석을 안겨줬다.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교촌에프앤비의 시가총액이 2500억원 수준이고,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 예상 시가총액이 4천억원 수준이다. 단일 브랜드로서 4700억원을 받아낸 것은 놀랍기만 하다.



창업주를 향한 부러움을 뒤로하고 컴포즈커피가 ‘대박’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을 살펴본다. 다른 회사에 견줘 컴포즈커피가 갖는 경쟁력이 무엇인지, 그리고 졸리비그룹이 ‘통 크게 지른’ 이유를 재무제표로 분석한다.



무리한 차입 없어



컴포즈커피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단순하고 명확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먼저 주주 구성은 창업주가 단독으로 회사 전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가족이 일부 지분을 보유한 것도 아니고 창업주 단독으로 말이다. 자산 구성도 참으로 깔끔하다. 컴포즈커피는 2022년 처음으로 감사보고서 제출 대상 법인이 됐다. 2022년 총자산은 282억원이었고, 총자본은 184억원이었다. 따라서 총부채는 100억원인데, 이 중 당기법인세부채, 부가세예수금 60억원을 제외하면 부채는 40억원으로 감소한다.



이 40억원도 차입금 등이 아니라 매입채무 등 영업을 수행하면서 발생한 단기 부채다. 무리한 차입 등이 전혀 없다는 말이고, 전부 영업과 관련된 부채다. 게다가 총자본 184억원 중 180억원이 이익잉여금이다. 복잡한 자본구조가 없다. 창업주가 납입한 자본금 3억원과 컴포즈커피가 영업으로 벌어들인 수익만이 자본을 구성한다.



2023년을 보자. 총자산이 524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40억원이 늘었다. 이 중 부채의 증가가 약 100억원, 자본의 증가가 140억원이었다. 부채의 증가는 제3자 지급보증에 따른 것이고, 자본의 증가는 2023년 컴포즈커피의 수익 증가에 따른 것이었다. 졸리비그룹이 매수 실사 등을 진행할 때 정말 편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자산의 구성이 너무나도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수익 부문이다. 컴포즈커피는 2023년 88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리고 영업이익률은 40%에 달해 2023년 36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높은 영업이익률은 낮은 제품조달비용에 기인한다. 매출을 분석해보자. 889억원의 매출은 원두 등 상품매출이 410억원, 가맹점 인테리어 등 공사매출이 382억원, 가맹비수익 96억원으로 구성된다.



그렇다면 이 세 부문 중 어디서 재미를 봤을까? 상품매출이다. 컴포즈커피의 상품매출에 대응되는 매출원가는 35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410억 중 365억원이 고스란히 남는다는 것이다. 컴포즈커피의 회사 공지 내용과 그간 기사 등을 미뤄보면 창업주는 컴포즈커피를 창업하기 전부터 이미 원두 등 커피 원료를 유통했던 경험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원재료 유통과정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말이다.



졸리비그룹은 필리핀 최대의 요식업 프랜차이즈 운영 기업이다. 졸리비라는 패스트푸드 브랜드 외에도 다양한 프랜차이즈를 소유한다. 2023년 한 해 매출이 6조원에 이르는 거대 기업이다. 졸리비그룹이 컴포즈커피를 인수한 재무적인 이유를 그들의 공시에서 하나 찾아봤다.



졸리비그룹, ‘싸게’ 인수



졸리비그룹이 필리핀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컴포즈커피의 EV(기업가치)/EBITDA(세금·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를 8로 평가했다. 컴포즈커피의 EBITDA가 약 600억원인 것을 감안했을 때 가격이 4700억원이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졸리비그룹은 컴포즈커피의 영업에서 매년 발생하는 현금을 여덟 배로 쳐줬다는 뜻이다. 일반적인 글로벌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의 EV/EBITDA가 10~12인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싸게 잘 인수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번 졸리비그룹의 컴포즈커피 인수는 양쪽 기업 모두에 나쁘지 않은 거래로 보인다. 컴포즈커피의 창업주 입장에서는 본인이 매각하고 싶어 인수자를 찾아 협상으로 받아낸 가격일 것이다. 법적으로 강제돼 울며 겨자 먹기로 매각해야 했던 것이 아니다. 따라서 충분히 받을 만큼 받았을 것이다.



졸리비그룹 입장에서도 현재 기준의 컴포즈커피 재무 지표로는 나쁘지 않다. 재무 지표 외적인 요소, 예를 들어 미래 영업 걱정은 이미 인수 의사를 보일 때 검토가 끝났을 것이다. 만약 졸리비그룹이 컴포즈커피를 성공적으로 운영해 국내에서뿐 아니라 필리핀 현지, 나아가 동남아에서 ‘대박’을 칠 수 있다면 엄청난 인수로 평가될 것이다. 그게 안되더라도 적어도 국내에서의 현금흐름을 10년만 유지해도 남는 장사다. 이제 우리가 투자자의 시선으로 컴포즈커피를 볼 일은 없겠지만 몇 년 뒤라도 컴포즈커피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며 졸리비그룹의 의사결정을 평가해본다면 즐거운 공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매우 쉽고 직관적인 재무 지표들이기 때문이다.



찬호 공인회계사 Sodoh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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