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량들이 전소돼 있다. 전날 오전 6시 15분께 해당 아파트 지하 1층에서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나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지하주차장에 있던 차량 140여대로 피해를 입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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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 청라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피해자를 위해 인천시와 서구가 결국 생활안전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청라 주민들 사이에서는 아파트 화재로 인해 세금이 투입되는 것에 대해 "부끄럽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지역 맘카페에서는 국가의 세금으로 청라 아파트 화재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라 주민 A씨는 "아파트 입대위분들이 먼저 구청에 지원금 요청했고, 그래서 화재 피해 지원금으로 세금 30억원이 편성된 거 같은데 맞냐"며 "중요한 건 국가의 세금을 아파트 화재 지원금으로 사용한다는 거다. 지원금을 얼마 받느냐 따질 게 아니라 세금을 지원금으로 쓴다는 거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 "잘못된 선례의 시작이 청라가 되다니 정말 부끄럽고 안타깝다"며 "역지사지로 생각해 보라고 하면, 전 제 집에서 화재가 나도 국가 세금으로 지원금 받을 생각은 절대 하지 못할 거다. 혹시 지원금 관련해 실드치고 다니는 분들 계신다면, 그게 당당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건 알아달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민 B씨 역시 "서구 세금으로 지원금 주는 게 맞냐? 4인 가구 기준 최대 319만원인데, 왜 이 큰돈을 서구에서 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서구 안 그래도 돈 없는 동네에 에어컨 없는 집, 저소득층 등 청라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런 집 정말 많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해당 아파트는 보험이 없냐. 아파트 보험과 벤츠 쪽에서 해결해야 하는 사안 아니냐. 지원금도 나오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이 밥, 커피 봉사하는 것도 줄여도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C씨는 "해당 아파트 일부 입주민 때문에 모든 입주민이 전국적으로 조롱당하고 있다. 이러다가 전국에서 우리 동네 자체가 욕심내는 이미지로 낙인찍힐까 봐 우려된다"며 "어디 쉘터(shelter)에 뭐가 부족하다는 글 올리는 것도, 다른 사람들에겐 기부를 강요하는 것처럼 보인다. 요즘 같은 배달 세상에서 저거 하나 스스로 구매 못 하는 이미지로 굳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청라 거지' 이미지가 굳어질까 걱정하는 맘카페 글. /사진=달콤한 청라맘스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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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일각에서는 지원금 소식에 청라 주민들을 '청라 거지' '청거' 등으로 조롱하고 있다.
앞서 한 부동산 거래 앱에서 피해 주민들이 피해 구제를 위해 세금 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바탕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래도 민원이 이어지자, 결국 인천 서구는 지난 7일 인천시 재해구호기금 502억원을 털어 전기차 화재 주민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은 지난 1일 서구 청라국제도시 제일풍경채 2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 벤츠 전기차 폭발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6개동 734가구 입주민이다.
한 주민은 "솔직히 말해서 취약계층은 아니지 않느냐. 풍경채 살 정도면 어느 정도 재력 있는 거 아니냐? 쪽방촌에서 에어컨도 없이 견디는 분들도 많은데 너무 과하다. 스프링클러 작동 안 한 건 사실인 거 같은데 입막음도 심하다. 천재지변도 아니고 서구청에서 이 정도까지 해줄 사안은 아닌 거 같다"고 비난했다. 해당 아파트의 매매가는 6억2000만~9억1000만원 수준이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와 관련 내부 조사를 실시한 결과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 스프링클러 미작동으로 인한 화재는 재난이라고 보기 힘든데, 재해구호기금으로 피해 주민들을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한편 지원금은 생활안전지원과 재난 폭염 특별지원금으로 나뉘어 지급된다.
생활안전 지원은 가구별 주거비로 하루 8만원 이내, 급식비는 1인 1식 9000원 이내 실비로 지급된다. 재난 폭염 특별지원금은 샤워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주민들을 위한 목욕비로, 1인 1일 1만원이다.
생활안전 지원금은 임시대피소 이용자는 신청할 수 없고, 재난 폭염 특별지원금은 주거비 지원 대상자와 하나은행 연수원, 한국은행 연수원 등의 시설 이용자는 제외된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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