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0 (화)

한국 욕하던 중국인들…"우리 축구 보고 힘내" 한국 감독 위로, 무슨 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주세혁 감독과 선수단에 위로 전한 중국인들…"중국에 져 아쉽다면 중국 남자축구 떠올려달라"

머니투데이

(진천=뉴스1) 박정호 기자 = 탁구 국가대표 주세혁 감독이 26일 오전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 선수촌로 진천국가대표선수촌 챔피언하우스 대강당에서 열린 2024 파리하계올림픽 D-30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6.26/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다시 중국의 벽에 막혀 패배, 눈물을 쏟은 주세혁 한국 탁구 국가대표팀 감독 인터뷰가 중국에서도 화제다. 중국인들은 여전히 한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자국 축구를 예로 들며 주 감독과 한국 탁구팀에게 위로를 보내고 있다.

주 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은 지난 7일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올림픽 남자탁구 단체전 8강에서 중국에 0대 3으로 패했다.

중국은 명실상부 남녀 탁구 최강국이다. 탁구는 중국인들에게는 국가스포츠나 다름없다. 거주시설 공용공간에도 자리만 있으면 탁구대가 설치되고 여가시간이면 언제든 탁구를 즐기는 중국인들로 가득하다.

한국 남자탁구는 지난 38년간 단체전에서 중국에 매번 덜미를 잡혀 왔다. 우승후보인 중국을 8강에서 만나면서 12년 만의 메달 획득도 무산됐다.

머니투데이

[파리=AP/뉴시스] 조대성과 장우진이 7일(현지시각)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남자 단체전 중국과의 8강전 1복식에서 마룽-왕추친 조와 경기하고 있다. 조대성-장우진이 0-3으로 완패하며 1경기를 내줬다. 2024.08.07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한 동안 눈물을 닦으며 "내용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또 이렇게 패배해 감독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중국과 만남은 좌절의 연속이었으며, 30년 넘게 패배하고 있지만 우리 선수들은 도전 정신을 잃지 않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탁구팀의 에이스 장우진은 "감독님이지만 선배이고 형이라고 생각한다"며 "많은 감독님을 만났지만 주 감독은 역대 대표팀 감독 중 가장 선수들을 편안하게 대해주며, 이런 식으로 가야 한국 탁구가 발전할 수 있다는 걸 많이 증명해줬다"고 말했다.

중국 언론도 중국팀의 선전과 한국팀 감독이 토로한 아쉬움을 비중있게 전했다.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언론 보도를 인용해 "주 감독이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였으며 중국팀에 대한 도전이 어렵다는 심경을 솔직하게 밝혔다"고 전했다.

중국 광밍망 역시 "한국의 탁구감독은 중국을 초반에 만나게 된 대진표 추첨이 선수들의 메달 획득 여부를 결정짓게 되는 현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했다"며 "의지를 잃지 않고 중국에 도전하는 선수들에 대해서도 강한 신뢰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머니투데이

한국 탁구 대표팀의 경기 소식을 전한 중국 포털 바이두 화면 캡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 소식에 최근 부정적인 반응이 주류였던 중국 인터넷 여론도 한국 대표팀의 투지와 주 감독의 진심을 존중하는 분위기다. 관련해 형성된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 온라인 토론장엔 스포츠 관련 뉴스에 단골로 언급되는 중국 국가대표 축구팀에 대한 성토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한 네티즌은 "(한국은) 중국 팀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마다 중국 남자축구를 생각하시면 행복하실 것"이라며 "의지가 약한 우리 축구감독은 100번을 져도 울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다른 네티즌은 "중국인들은 축구를 보며 20년 넘게 울어왔다"고 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지난번 패배를 보고는 정말 분노의 눈물과 콧물이 동시에 흘렀다"고 말했다.

"국민의 영광인 탁구를 말하는데 국민의 수치인 축구 얘기를 하지 말아달라"는 댓글도 다른 중국인 네티즌들로부터 수천개의 동의를 받았고, 자국 축구팀에 대해 "운동선수도 아닌 해삼과 흰 닭들"이라는 원색적 비난도 나왔다.

중국 국가대표 축구팀에 '해삼'이라는 표현이 뒤따르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지난해 중국 국가대표팀이 평가전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북중미 월드컵 예선전 등에서 졸전으로 일관하자 역시 비난이 크게 일었다. 그러자 한 선수가 견디다 못해 본인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우리도 합숙 기간 해삼을 먹어가며 열심히 훈련했다"고 반발했다.

선수 입장에서야 세심하게 체력관리를 하며 대회에 임했다는 하소연이었겠지만 이 발언은 축구 비판여론에 외려 기름을 부었다. 중국인들은 "보통 사람들은 쉽게 먹기 힘든 고가 식재료인 해삼을 먹으면서 훈련하고도 그정도 경기력밖에 보이지 못했느냐"고 지적했다. 해삼은 그대로 중국 국가대표 축구팀의 또 다른 별명이 됐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