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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애인이라서" "경력 과시하려고"…허술한 정보사, 기밀 유출 이유도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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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제 중 경찰 돕기 위해 9개월간 군사기밀 유출
김정남 암살사건 분석보고서부터 위성자료까지
군 경력 과시 위해 상관 사무실서 기밀 빼돌려
동창 부탁으로 주변국 전쟁교리 분석 자료 유출도
한국일보

국방부 청사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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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동창이라는 이유로' '교제 중인 연인의 업무 조력을 위해' '자신의 군 경력을 과시할 목적으로'

'군무원 기밀 유출' 사건으로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의 기강 해이가 도마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과거에도 정보사가 확보한 군사 기밀 자료들이 황당한 이유로 무분별하게 유출됐던 사례들이 법원 판결문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7일 2019~2024년 정보사와 관련한 군사상기밀보호법 위반과 군기누설 혐의에 대한 1심 법원 판결 4건을 분석한 결과, 3건은 사적 친분이나 자기 과시 등을 이유로 기밀 유출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건은 건당 100만 원 안팎의 돈을 받고 해외에 정보를 빼돌린 사건이었다.

춘천지방법원은 2016년 11월부터 2017년 8월까지 군사기밀정보를 유출한 정보사 대정보단 장교 A씨로부터 유출 군사기밀정보를 넘겨받은 경찰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와 B씨는 당시 조사팀에서 함께 일하는 사이였는데, B씨가 획득한 정보에는 북한 땅굴 식별을 위한 영상정보에서부터 군사 3급 비밀로 분류된 김정남 암살사건과 관련한 분석 보고서까지 포함돼 있었다. A씨는 조사팀에서 함께 일했던 경찰 B씨에게 첩보보고서 작성을 돕기 위해 정보를 흘렸던 것으로 조사됐고, 법원은 "A씨는 경찰에서 보안계 경장인 B씨와 교제하면서 각종 군사기밀을 제공했다"고 꼬집었다.

동창이라는 이유로 주변국과의 유사시를 상정한 기밀자료를 몰래 빼돌린 장교도 있었다. 수원지법은 2021년 지인의 청탁으로 주변국과의 분쟁에 대비해 정보사가 상대국의 전쟁교리를 연구해 발행한 자료를 외부로 유출한 정보사 파견 C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정보사에서 대북감시 및 정찰 임무를 수행했던 C씨는 2013년 자신의 연구논문에 참고만 하겠다는 고등학교 동창의 청탁을 받고 '모 국군 보병연대 전술' 교범을 몰래 전해줬다는 게 수사 당국의 판단이었다. 해당 자료는 3급 이상의 군사비밀은 아니었지만, 주변국의 전쟁교리를 연구한 만큼 유출돼선 안 되는 군사상 기밀이었다. 더구나 고등학교 동창은 중국에서 항공전문학교 사업을 위해 자료를 요청한 것이었다고 한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지난해 정보사 장교로 복무하던 중 자신의 군 경력을 과시하기 위해 자신의 상관 사무실에서 몰래 군사2급 비밀 문서를 빼낸 전 육군 대위 D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D씨의 정보유출 사실은 그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며 법원 전자소송 사이트에 소장과 비밀 문서를 첨부하면서 드러났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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