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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15억 대출 OK"…서울아파트 주고객 '40대 파워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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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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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돈 잘 버는 젊은 부부들 많아요. 대기업 맞벌이 부부들이 작년 겨울부터 많이 넘어왔어요."

서울 송파구 잠실 대단지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젊은 사람들이 어디서 돈이 이렇게 날까 싶었는데, 연봉이 높으니 대출을 잘 받아서 턱턱 사더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고소득 맞벌이 부부가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대기업, 은행권, 전문직에 종사하는 맞벌이 부부들로 주로 연봉 1억원 이상 너끈히 버는 40대들이다. 맞벌이는 소득을 합치니 대출도 더 나온다. 고소득 맞벌이 부부들은 '부부 합산 연봉'을 활용해 대출을 일으켜 집값이 비싼 일명 '상급지'로 넘어오고 있다. 2년 전부터 규제지역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 금지가 풀린 상황에서 이 같은 갈아타기 수요가 더욱 쏠리는 모습이다.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로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 중인 일본에서도 고소득 맞벌이 부부 '파워 커플' 덕분에 이들이 선호하는 도쿄 신축 맨션 가격이 상승세다. 국내에서도 억대 연봉자들이 늘면서 맞벌이 부부가 선호하는 서울 상급지 위주로 아파트 가격이 강세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 대기업 맞벌이 이 모씨 부부는 송파 대단지 아파트 전용 84㎡를 매수했다. 보유했던 서울 외곽 구축을 팔고 대출 10억원가량을 일으켜 갈아탔다. 부부 합산 연소득이 2억원이 넘다 보니 10억원 대출(만기 40년, 금리 4.5%)을 받아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23%로 40%(은행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넘지 않았다. 매달 낼 원리금은 400만원가량. 이씨는 "한 사람 월급은 없는 셈치고 산다. 생활이 빠듯해도 원하던 곳으로 '점프'해 참을 만하다"며 "부부가 정년까지 열심히 일할 생각"이라고 했다.

올해 서울 아파트 값이 크게 오른 데는 이씨 같은 고소득 맞벌이 부부의 갈아타기 수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규제지역 내 15억원 초과 대출 금지가 풀리자 강남 3구로 '입성'하려는 수요가 늘었고, 직장과 가까운 마용성(마포·용산·성동)으로 갈아타려는 수요도 쏠려 서울 안에서도 강남과 마용성 등 15억원 초과 아파트가 많은 지역만 강세인 것으로 보인다.

7일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한 '자금조달계획서 분석'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매수자 중 절반 이상이 갈아타기였다. 올 상반기(1~6월) 서울 아파트 매수자가 '부동산 처분 대금'으로 주택 구입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신고한 비율은 1분기 52.1%, 2분기 57%로 절반을 넘겼다. 서울 아파트 매수자 2명 중 1명은 갈아타기 수요라는 얘기다.

상급지 갈아타기가 늘면서 15억원 초과 아파트 거래도 큰 폭으로 늘었다.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중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 거래 비율은 20.45%로 2년 전(13.6%·하반기 기준)보다 급증했다.

서울 성동구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에서 비싼 지역은 처음 진입하는 무주택자보다는 1주택자 손님이 많다"며 "기존 집을 판 돈에 대출을 얹어 평수를 넓히거나 비싼 지역 혹은 신축으로 갈아타는 수요가 많다"고 했다.

갈아타기의 주수요층은 40대 맞벌이 부부다. 규제지역에선 무주택자나 1주택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50%지만, 비규제지역은 60~80%가 가능하다. 여기에 DSR 40% 한도 이내여야 하는데, DSR은 소득이 높을수록 대출이 더 나오니 맞벌이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만기 40년에 금리 3.3%인 경우, 부부 합산 연소득 2억원이면 DSR 40% 한도 내 대출 가능액은 19억원까지 나온다. 실제 대출을 받을 때는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기 때문에 한도는 이보다 줄지만, 연봉 1억원 이상 맞벌이라면 자기자본 3억~4억원만 있으면 15억원 초과 아파트 매수도 어렵지 않다.

은행권 관계자는 "맞벌이 부부는 외벌이보다 대출이 더 잘 나온다. 마포나 성동이 비규제지역으로 대출이 80%까지 나오니 강남에 못 가는 고객들이 이쪽으로 많이 갈아탔다"며 "요즘은 대기업 과장만 하더라도 연봉 1억원이 넘을 정도로 고연봉자가 많다"고 했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고소득 맞벌이 부부가 원하는 집은 서울의 직주근접 아파트로 한정된다. 그러다 보니 강남과 그 인접 지역만 오르고, 앞으로도 몸값이 더 뛸 것"이라고 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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