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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지는 과방위-방통위 간 대치…14일·21일에도 '방송장악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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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방위, 야당 주도로 9일 이어 14일·21일 청문회 개최 의결

방통위는 절차·형식 하자 내세우며 반발…대립각 점차 강해져

방통위, 당분간 심의·의결 불가…현안 산적했는데 사실상 '마비'

아주경제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최민희 위원장과 민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을 비롯한 야당 과방위원들이 6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 관련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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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 진행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KBS 이사 선임 과정을 문제삼으며 연일 방통위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방통위도 김태규 위원장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과방위가 요구하는 각종 자료 제출 등을 거부하며 '강대강' 대치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탄핵소추된 이진숙 위원장의 직무가 헌법재판소의 결정 전까지 정지된 가운데, 업계는 방통위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시급한 정보기술(IT) 현안들이 후순위로 밀리는 상황을 우려한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과방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오는 14일과 21일 '불법적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2차·3차 청문회 실시계획서를 채택했다. 본래 이날 회의는 계획에 없었지만, 김태규 직무대행과 신임 방문진 이사들이 오는 9일 열리는 청문회에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면서 급히 진행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간사인 최형두 의원과 신성범 의원만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청문회 표결 직전 퇴장했다.

이날 회의에서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태규 직무대행과 방문진 이사로 선임된 자들은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며 "(챗GPT로 분석한 결과) 각각의 불출석사유서 유사도가 모두 20%를 넘으며, 50%에 육박하거나 넘기도 하는데 증인들이 서로 상황을 공유하고 집단적으로 불출석을 공모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이들에 대해 고발 조치를 취해야 된다고도 강조했다.

반면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2차 청문회 일정 추진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1차 청문회 준비도 안 됐는데 2차 청문회를 또 하는 이유는 김 부위원장(직무대행)을 불러내도록 걸어놓겠다는 의지 이상도 이하도 아닌 황당한 회의 운영"이라고 질타했다. 과방위 여당 의원들은 이날 "야당은 방통위에 대한 업무방해를 즉각 중단하라"며 성명을 냈다.

야당 의원들은 전날 방통위가 있는 정부과천청사를 찾아 현장검증을 실시하며 각종 자료를 요구했다. 특히 지난달 31일 방통위가 방문진·KBS 이사를 선임하기 위해 진행한 전체회의의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태규 직무대행은 인사 관련 내용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의원들은 결국 후보 명단만 적힌 빈 투표용지 양식만 확인한 채 검증을 마쳐야 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제 현장검증 과정에서 자료 등을 하나도 못 받았다"며 "2차든 3차든 청문회를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날을 세웠다. 방통위가 절차를 문제삼으며 자료 제공과 청문회 증인 출석 등을 거부한 것에 대해서는 "2인 체제에서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한 것은 법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는다"며 "기습적으로 방문진 이사를 선임했고, 방문진 이사의 임기가 남아 있음에도 무리하게 진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야당은 앞으로 세 차례 진행될 청문회에서 방문진·KBS 이사 선임 과정에 불법성이 있었는지 방통위에 강하게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4일과 21일 청문회에는 방문진 이사 선임 투표에 참여한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직무대행을 반드시 청문회에 불러내겠다는 태세다. 그러나 방통위도 절차·형식의 미흡을 주장하며 청문회 증인 출석과 자료 제출 등 야당의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어 당분간 국회와 방통위 간 마찰이 빚어질 전망이다.

현재 방통위는 이진숙 위원장의 직무정지 이후 위원회 구성을 위한 최소 정족수(2인)를 맞추지 못해 주요 사안에 대한 심의·의결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처럼 방통위가 사실상 '마비' 상태가 되면서 정보기술(IT) 업계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방통위는 현재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관련 과징금 부과 확정, 공정위의 이동통신 3사에 대한 판매장려금 담합 조사 대응, 넷플릭스·구글 등 글로벌 사업자에 대한 망 사용료 부과 문제, 인공지능(AI) 이용자보호법 추진 등 각종 현안들이 쌓였다. 그러나 전체회의 개최 자체를 할 수 없어 당분간 유의미한 결정이 내려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수년째 반복해서 각종 변수로 인해 무력화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방통위가 처리해야 할 현안들도 많고 규제 기관으로서의 역할도 있는데 계속해서 제기능을 하지 못하니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아주경제=윤선훈 기자 chakrell@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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