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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정의선 '10점 만점' 소통 리더십...한국 양궁, 금메달 5개 신화로 정점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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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자동차 사업 묵묵히 이끄는 리더십
낮은 자세로 직원들과 소통하는 리더
온라인 커뮤니티선 "대한축구협회 맡아주세요"
한국일보

김우진이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후 정의선 대한양궁협회 회장에게 달려가 금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파리=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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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협회 회장이 어떻게 하면 세계 정상을 지킬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만들어간다
김우진 양궁 국가대표 선수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딴 한국 올림픽 양궁 선수들에게 한 일본 기자가 "한국이 양궁을 잘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고 묻자 김우진은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 겸 현대차그룹 회장을 꺼냈다. 김우진은 "공정한 대한양궁협회가 있기에 모든 선수가 부정 없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한다"며 "그래서 지속해서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4일(현지시간) 한국 양궁이 2024 파리 올림픽 전 종목에서 금메달을 5개나 휩쓸며 대기록을 세우자 정 회장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3위 자동차 기업으로 일궈냈으며 20년 넘게 묵묵히 양궁 선수들을 챙기며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 자리를 지키는 데 힘을 보탰다. 재계는 정의선 리더십①묵묵하게 뒷바라지하며 ②공정하게 직원들을 대하고 ③편안하게 소통하는 리더십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2020년 현대차그룹 회장에 오른 정 회장은 지난해 그룹이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할 수 있게 이끌었다. 아울러 정 회장은 2022년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완성차 '톱3' 자리에 올려놓고 3년 연속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불황의 여파 속에서도 영업이익은 26조 원을 넘겨 현대차와 기아가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 2위를 차지했다.

이런 성과를 만든 정 회장의 리더십은 지난해 12월 1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 호텔에서 열린 '2023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행사'에서 한 발언에 잘 드러난다. 그는 "어느 분야든 최고라는 자리까지 올라가는 것은 너무나도 힘들지만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품격과 여유를 잃지 않는 진정한 1인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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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처럼 선수단 챙긴 정의선 회장

한국일보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이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혼성 단체 결승 독일과의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우진과 임시현을 축하하고 있다. 파리=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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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누구보다 앞서 뛰고 미리 준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23년 6월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때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해 바쁜 일정을 쪼개 1년 후 올림픽 양궁 경기가 열릴 앵발리드 경기장을 둘러봤다. 정 회장은 프랑스에서 현충원과 전쟁기념관 역할을 하는 앵발리드가 경기장으로 잡히자 예습 차원에서 정몽구배 양궁대회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었다. 여기에 센강에 붙어 있는 앵발리드에 불어오는 강바람에 대비해 남한강변에 훈련장을 마련했다.

정 회장은 본업인 자동차 사업에서도 최고의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2023년 미국 오토모티브뉴스는 한 해 자동차 산업에 이바지한 인물들을 뽑은 '2023 오토모티브 뉴스 올스타' 38인을 발표하면서 정 회장을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인 '자동차 산업 올해의 리더'로 뽑았다. 오토모티브뉴스는 "정 회장은 다양한 미래 기술을 이끌며 모빌리티의 새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며 "정 회장의 구상은 대담하고 미래 지향적이며 창조적이고 현대차그룹은 그의 리더십 아래 자동차 산업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회장은 최고를 지향하지만 구성원들을 소탈하게 세심히 살핀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그는 모든 경기를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관중석에서 지켜보며 양궁협회 관계자, 프랑스 현지 교민들과 열심히 응원했다. 무엇보다 주요 고비마다 선수들에게 조언을 건네며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남자 단체전 결승 상대가 개최국 프랑스로 정해지자 정 회장은 결승전을 위해 이동하던 남자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홈팀이 결승전 상대인데 상대팀 응원이 많은 건 당연하지 않겠냐"며 "주눅 들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하자"고 자신감을 북돋웠다. 여자 개인전에서 아쉽게 메달을 따지 못한 전훈영을 따로 찾아 "후배 선수들을 잘 이끌어줘 고맙다"는 격려를 전하기도 했다.

낮은 자세로 소통하고 공정하게 대하는 리더십

한국일보

정의선 회장이 2019년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열린 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의 셀카 요청에 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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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열심히 사업과 양궁 등을 챙기는 정 회장이지만 성과의 공은 늘 구성원들에게 돌렸다. 정 회장은 4일(현지시간) 취재진과 만나 "선수들이 노력한 만큼 또 그 이상으로 잘하도록 우리 협회에서 도우려 했다"며 "선수들이 그것보다 훨씬 잘해서 메달 수가 늘어난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신 것처럼 미국도, 유럽도, 아시아에서도 워낙 잘하는 국가가 많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긴장을 많이 했고 (전 종목 석권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런 정 회장의 리더십이 주목받자 대한양궁협회와 대한축구협회를 비교하며 질타하는 목소리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인도네시아에 지면서 파리 올림픽 진출이 좌절됐다. 축구팬들은 "정의선 회장이 축구협회 회장을 맡아달라"며 하소연하고 있다. 그들은 특히 축구협회의 불투명한 의사 결정 과정과 학맥과 인맥에 의존한 공정하지 못한 선수 선발 등을 고질병으로 꼬집고 있다. 반면 한국 양궁은 대표 선발전부터 공정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이전의 경력이나 이름값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한국일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2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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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는 또 최근 A대표팀 사령탑 선임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지만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아 팬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정몽규 HDC 회장이 맡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고 정주영 회장의 동생인 고 정세영 회장의 아들이다. 정의선 회장과 정몽규 회장은 5촌 당숙과 조카 사이이다.

양궁은 벌써 LA올림픽 준비...정회장은 본업으로

한국일보

그래픽=김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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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양궁은 벌써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장영술 양궁협회 부회장은 "(정의선) 회장님께서 이미 나와 한규형 부회장한테 다음 LA 올림픽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지시하신 게 있다"며 "우리도 (한국으로) 가서 바로 준비하려 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계획에 대한 질의에 정 회장은 "이제는 일을 좀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곧 귀국해 다시 현업인 자동차 업계로 돌아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 사업을 이끌 예정이다.

강희경 기자 kst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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