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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극장에 유령이 산다고? 빨간 경고문 붙은 문 열고 들어갔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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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투어 프로그램으로 잠재 관객 개발에 힘쓰는 공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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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 외 출입금지’

빨간 경고문이 붙은 문을 열고 제한구역에 발을 내디뎠다. 으스스한 푸른 조명이 깜깜한 복도를 비추고 공포 영화에 나올 법한 음악이 은은하게 깔렸다. 긴 식탁이 놓인 다이닝룸에 들어서자 유령 조사단 관계자가 무겁게 말문을 열었다. “이곳은 공연이 끝난 배우들이 식사하는 곳이자 ‘버나돌이 유령’이 숨어 있는 곳입니다”. 관객들이 AR(증강현실) 모바일앱으로 내부를 비추자 하늘색 외눈박이 유령이 눈 앞에 튀어나왔다.

3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극장 투어 프로그램 ‘극장에 유령이 산다’의 한 장면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가족들이 몰리며 투어는 온라인 접수 1분 만에 160명 정원이 모두 찼다. 다이닝룸에 이어 둘러본 락커룸에서는 크로마키(특수효과용 푸른 배경)를 활용해 ‘투명 망토’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이날 엄마와 함께 투어에 참여한 장세원 양(10)은 “공연을 한 달에 한 편씩 볼 만큼 좋아하지만 극장 투어는 처음”이라며 “평소에 갈 수 없는 극장 내부 공간을 유령 조사단과 함께 가볼 수 있어 재밌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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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가 이색 투어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잠재 관객 개발에 힘쓰고 있다. 극장의 역사나 공간별 기능을 설명하는 기존 방식 대신 몰입도 높은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해 극장 자체를 고유 ‘브랜드’로 만들려는 것. 송수찬 LG아트센터 공연기획팀 매니저는 “극장 만이 제공할 수 있는 특화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창작연희단체와 협업했다”며 “어린이와 부모들이 극장에 친숙하게 드나듦으로써 향후 공연에 대한 접근 가능성을 높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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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는 극작가 겸 연출가인 강현주가 구성하고 연출한 스토리텔링형 투어 프로그램 ‘고스트 가이드’를 최근 진행했다. 배우 오정택의 연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50분간 참가자들이 지하 연습실과 소극장 등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다. 관객들이 경험하기 힘든 ‘고스트 라이트’(극장이 문을 닫은 뒤 공연 재개 전까지 켜두는 희미한 조명)를 보여주고, 그에 얽힌 서정적인 이야기를 풀어내 감성을 자극한다. ‘1993년부터 이곳에 공연을 보러 온 고모부’ 같은 배역을 참가자들에게 즉석에서 맡겨 체험 몰입도를 높인다. 정다운 두산아트센터 교육기획매니저는 “정보 전달만으로는 극장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을 뿐더러 극장 규모 등에서 다른 곳에 비해 변별력을 갖기 어렵다고 봤다”며 “스토리텔링을 통해 극장과 공연에 대한 따뜻한 정서를 이끌어냄으로서 신뢰감을 높일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국립극장은 공연예술박물관에서 VR(가상현실) 백스테이지 투어를 진행 중이다. 비치된 VR 기기를 통해 음향조정실 등 평소 관객이 접근하기 어려운 백스테이지 공간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 가상의 소품제작실에서는 초록색 커팅매트와 알록달록한 공구가 즐비한 모습을, 장치제작실에선 경사로 등 무대장치에 쓰이는 합판과 기자재가 놓인 장면을 각각 살펴볼 수 있다. 김연희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각종 무대장치들이 쌓여 있어 안전상 우려가 있는 장치제작실 등을 VR 투어로 안전하게 둘러볼 수 있다”며 “정해진 시간에 제한된 인원만 참여할 수 있는 일반 투어와 달리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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