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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앙코르 하지 마" 공연 중단…커튼콜도 안 나온 월클 소프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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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8일 '토스카' 공연에서

다른 성악가의 앙코르에 항의하며 오페라 중단시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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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오페라 ‘토스카’의 유명한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E lucevan le stelle)’이 끝났을 때였다. 무대 위 테너 김재형의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59)가 무대에 나와 손을 휘저으며 오케스트라 연주를 멈췄다. 지휘자 지중배가 음악을 계속했지만, 소프라노의 몸짓은 더 격렬해졌다. 이내 오케스트라 연주가 멈췄다.

이처럼 오페라를 갑작스럽게 중단시킨 소프라노는 큰소리로 외쳤다. “이건 독창회가 아닙니다. 퍼포먼스예요! 나를 존중해주세요!” 청중이 웅성거리는 사이 오페라는 이어졌다. 테너와 소프라노가 재회하는 장면이었다.

게오르규의 이례적 행동은 공연이 모두 끝난 후의 무대 인사인 커튼콜에서도 이어졌다. 출연자들이 차례로 나와 인사하고, 게오르규의 등장 차례가 됐지만, 박수가 이어져도 게오르규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모습을 보였던 게오르규는 무대 중앙까지 오지 않은 채 다시 들어갔고, 소프라노를 제외한 출연진들이 청중에 인사를 건네며 막이 내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문제는 앙코르였다. 이날 테너 김재형은 ‘별은 빛나건만’을 두 번 불렀다. 첫 노래를 하고 난 후 박수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기 때문이다. 김재형은 극의 흐름을 이어가려 박수 소리에 반응하지 않다가, 이내 고개를 들어 인사하고 다시 한번 같은 노래를 했다. 게오르규는 이 두 번째 노래가 나오던 와중에 무대에 갑자기 나와 손을 흔들고 시계를 가리키는 동작을 하며 강력히 항의했고, 노래가 끝나자 공연을 중단시켰다.

오페라에서 앙코르는 통상 잘 나오지 않는다. 극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는 청중의 요청을 무시하고 음악을 진행시켰던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스타 성악가들에게는 종종 있는 일이다. 2008년에는 테너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가 ‘연대의 딸’ 중 극고음으로 유명한 ‘아! 친구들이여’를 밀라노 스칼라 극장에서 앙코르로 불러 화제가 됐다. 루치아노 파바로티도 1994년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토스카’ 공연 중 앙코르를 불렀다.

8일 게오르규의 거센 항의에는 오페라의 앙코르에 대한 반대의 의사가 담겨있다. 하지만 출연자가 공연을 중단시키며 청중에게 소리치는 것도 전례없는 일이다. 게오르규에게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게오르규는 201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도 ‘토스카’의 같은 부분에서 앙코르에 항의했다. 역시 세계적 테너인 요나스 카우프만이 ‘별을 빛나건만’을 앙코르로 한 번 더 부르자, 그 후의 재회 장면에 나타나지 않았다. 당황한 카우프만은 “소프라노가 없다”는 노래를 지어 불렀고 청중이 웃음을 터뜨렸다. 게오르규는 한참 후에야 무대에 올랐고,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앙코르에 대한 반발 차원이었던 것으로 해석됐다.

‘토스카’는 서울시오페라단이 제작한 오페라다. 5일 시작해 8일이 마지막 공연이었으며 게오르규는 5일과 8일에 출연했다. 6ㆍ7에는 소프라노 임세경이 무대에 올랐다. 게오르규는 1992년 런던에서 오페라에 데뷔한 이래 강력한 카리스마로 세계를 사로잡았던 소프라노다. 특히 ‘토스카’에 스타 성악가 역할인 토스카로 잇달아 출연하며 마리아 칼라스를 잇는 뜨거운 소프라노로 인정을 받았다. 2022년 데뷔 30주년 기념으로 선택했던 작품도 ‘토스카’였다.

세종문화회관은 이 해프닝에 대해 “안젤라 게오르규 측에 강력하게 항의를 전달하고 한국 관객에 대한 사과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세종문화회관은 이날 공연 후 입장문을 내고 같은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세종문화회관의 산하 단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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