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식의 온차이나]
림팩 데뷔한 B-2 스텔스 폭격기
유도폭탄 한 발로 상륙함 격침
“대만 위협하는 中에 경고 메시지”
미 공군 F-15E 전투기가 2022년 4월 멕시코만에서 퀵싱크(GBU-31 합동직격탄)를 투하해 대형 화물선을 두 동강 내 침몰시키는 모습. /미 공군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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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말부터 8월초까지 한 달여 동안 하와이 일대에서 열린 2024년 환태평양훈련(RIMPAC)에는 특이한 프로그램이 포함됐습니다. 미 공군의 스텔스 전략 폭격기 B-2가 ‘퀵싱크(QUICKSINK)’라는 신형 폭탄을 투하해 배수량 3만9000t급 대형 상륙함을 격침하는 훈련이었어요.
미 해군이 주도하는 다국적 연합훈련인 림팩에 B-2가 참여한 건 전례가 드문 일입니다. 2022년 첫 시험 발사가 있었던 퀵싱크를 B-2에 탑재하고 투하한 것도 처음이라고 해요.
미군은 실사격 훈련용으로 퇴역한 상륙함 2척을 사용했는데, 배수량과 덩치가 대만해협 침공 때 중국 해군이 사용할 상륙함과 거의 비슷했습니다. 중국군에 ‘대만 침공을 꿈도 꾸지 말아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할 수 있어요.
◇GPS 유도 GBU-31 합동직격탄 사용
올해 림팩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율곡이이함 등 4척의 함정이 참여했습니다. 적 함정을 실탄으로 타격해 침몰시키는 싱크엑스(SINKEX) 훈련은 7월11일과 7월19일 두 차례 열렸어요. 7월11일에는 퇴역한 미 해군 상륙함 듀뷰크함(배수량 1만7000t), 7월19일에는 3만9000t급 강습상륙함 타라와함이 표적이 됐습니다.
미 해군 항모에서 발진한 F/A-18F 슈퍼 호넷 전투기는 미국의 신형 장거리 대함 순항미사일(LRASM)을 발사했다고 해요. 사정거리가 370㎞인 이 미사일은 레이더망을 피해 순항하면서 목표물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스텔스 미사일입니다.
B-2 스텔스 전략폭격기는 7월19일 두 번째 훈련에 참여해 퀵싱크로 타라와함을 격침했다고 해요. 타라와함은 길이 250m, 폭 32m에 배수량이 3만9000t에 이르는 강습상륙함입니다. 7~8만t급 항모의 절반에 이르는 대형 함정이죠.
미국의 스텔스 폭격기 B-2. /미 공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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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시험 발사 당시 F-15E에 탑재한 퀵싱크 폭탄(아래). /미 공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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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5형 상륙함 등 중국 대형 함정 겨냥
중국 해군이 유사시 대만 침공에 동원할 강습상륙함은 075형 상륙함과 071형 상륙함이 있습니다. 2021년 취역한 075형은 만재 배수량이 3만6000t으로 현재 3척이 실전 배치돼 있어요. 800명의 해병대원과 60대의 수륙양용전차, 2척의 상륙용 보트를 싣고 26대의 헬기를 탑재할 수 있다고 합니다. 071형은 배수량 2만5000t의 상륙함인데, 중국 해군에 8척이 배치돼 있다고 해요. 두 상륙함은 이번 훈련에서 격침한 미국 퇴역 상륙함과 덩치가 비슷합니다.
B-2 폭격기가 이번 격침에 사용한 퀵싱크라는 폭탄은 정식 명칭이 GBU-31 합동직격탄(JDAM)이에요. 2000파운드(약 900㎏) 급 합동직격탄에 GPS와 레이더, 적외선 탐지 장비 등을 장착해 목표물을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다고 합니다.
2022년4월 첫 시험발사 때는 미 공군 F-15 E 전투기가 멕시코만에서 이 폭탄을 투하했는데, 한방에 대형 화물선을 두 동강 냈다고 해요. 한발 당 가격이 2만 달러 수준으로 저렴한 것이 장점입니다. B-2는 퀵싱크를 최대 16발까지 탑재할 수 있다고 해요.
중국의 075형 강습상륙함. /미 의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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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스 대함 미사일도 동원
일반적으로 대형 함정 격침용으로는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중어뢰가 주로 쓰이지만 1발당 가격이 10억~20억원에 달합니다. 어뢰를 발사하면 잠수함 위치가 적에게 노출될 위험도 있죠. 대함 미사일 역시 가격이 비싸고 1발만으로 대형 함정을 격침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F/A-18F가 발사한 대함 순항미사일(LRASM)은 독침 같은 무기라고 해요. 스텔스 기능을 바탕으로 중국군 함정의 레이더 시설을 파괴하는 것이 주된 임무라고 합니다. 이 미사일로 상대국 대형 함정의 방공망을 무력화시키고 B-2가 퀵싱크로 단번에 격침을 시키는 식으로 중국 해군의 대만 진격을 저지하겠다는 뜻이에요.
이번 훈련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은 고무된 분위기입니다. 태평양사령부 합동정보센터 작전국장을 지낸 칼 슈스터 예비역 해군 대령은 “B-2가 해상작전 능력을 갖추게 되면 중국 해군이 대만 동부나 필리핀 인근 해역에서 활동할 때 큰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한 발로 2만5000t급 함정을 격침할 수 있는 능력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했어요.
미 해군 F/A-18F 전투기가 장거리 대함 미사일(LRASM)을 발사하는 모습. /미 해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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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침공 못하게 억지력 확보”
반면 중국은 위축된 모습입니다. 지난 7월25일 중국 국방부 브리핑에서는 ‘이번 격침 훈련이 중국 위협용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까지 나왔어요. 장샤오강 대변인은 “군은 주의 깊게 관련 보도를 보고 있다”면서 “중국군은 침략하는 적을 물리칠 수 있는 능력과 수단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이 이렇게 노골적인 훈련으로 중국의 대만 침공을 억지하려는 건 대만 침공으로 인한 미중 충돌이 전 지구적 재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7월19일 애스펀 안보포럼에서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대만과 중국,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절대적인 재난이 될 것”이라면서 “대만해협에서 영원히 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갖추고 대만 침공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것을 미국 정책의 기본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같은 포럼에 참석한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은 “미중 충돌이 발생한다면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도 “2차대전과 같은 중대한 충돌로 국력을 총동원해야 할 도전이 될 것”이라고 했어요.
7월19일 애스펀 안보포럼에서 발언하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주중미국대사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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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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