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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푸틴, 이 남자 빼내려고 16명 풀어줬다…러시아, 미국·유럽과 최대 인질 맞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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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기자 석방 막전막후
미·독·러 등 치열한 외교전 펼쳐
獨, ‘암살자’ 크라시코프 풀어줘
나발니도 석방 대상이었으나
협상 도중 감옥에서 의문사


매일경제

간첩 혐의를 받고 러시아에 수감됐다가 석방된 월스트리트저널(WS) 에반 게르시코비치 기자가 1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모친과 껴안으며 인사하고 있다. 이날 서방과 러시아는 각각 수감 중이던 24명을 동시에 석방하는 방식으로 수감자를 맞교환했다. 2024.08.02 [사진 =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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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서방국가와 러시아 간에 수감자 맞교환이 전격 성사됐다. 작년 3월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에반 게르시코비치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도 그 일환으로 석방됐다. 이번에 석방된 수감자는 총 24명으로 이는 냉전 이후 최대 규모다.

백악관은 러시아에 수감중이던 16명이 풀려났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풀려난 수감자들은 게르시코비치 기자와 미국 해병대 출신 폴 휠런, 자유유럽방송(RFE) 기자 알수 쿠르마셰바 등 3명의 미국인과 1명의 미국 영주권자, 5명의 독일인, 7명의 러시아인 등이다. 풀려난 러시아인 가운데 대부분은 올 초 수감 중 사망한 러시아의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동료들이다. 당초 양측 협상안에는 나발니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에서 풀려난 러시아인은 모두 8명이다. 여기에는 독일에서 복역 중인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소속 바딤 크라시코프가 포함됐다. 크라시코프는 지난 2019년 독일 베를린에서 조지아 국적의 전직 체첸 반군 사령관을 암살한 혐의로 종신형 선고받았다.

크라시코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교환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번 맞교환이 러시아의 ‘인질 외교’ 승리라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지난 2022년 러시아는 독일이 크라시코프를 석방할 경우 전직 미 해병대원 휠런을 석방하겠다고 제안했다. 휠런은 2018년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붙잡혀 지난 2020년 1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그러나 독일 측은 살인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크라시코프를 석방하기에는 부족한 조건이라 판단했다.

독일이 내부 반발을 우려해 계속 확답을 주지 않자 미국은 작년 11월 유럽에서 복역 중인 다른 러시아 군사 및 정보 요원 4명을 교환 대상으로 지목했다. 그러자 러시아 측은 지난해 체포된 게르시코비치 기자와 크라시코프를 맞바꾸자고 재차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침내 미국은 독일을 설득하기 위해 나발니를 수감자 맞교환 대상으로 지목하자고 제안했고, 푸틴 대통령도 협상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지난 2월 초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워싱턴DC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고 크라시코프를 나발니, 게르시코비치 기자 등과 교환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협상이 진전될 무렵인 2월 16일 나발니의 옥중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무산될 위기에서 협상의 불씨를 다시 살린 것은 게르시코비치 기자의 모친 엘라였다. 그의 간곡한 부탁에 바이든 대통령은 숄츠 총리에 서한을 보내 협상이 다시 탄력을 받게 됐다.

그 결과 게르시코비치를 포함한 16명이 러시아에서 풀려났고, 동시에 서방에 붙잡혀 있던 8명이 러시아로 석방되게 됐다.

수감자 교환협상에는 미국과 독일, 러시아 뿐 아니라 터키, 폴란드, 슬로베니아, 노르웨이, 벨라루스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일경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러시아와의 수감자 맞교환 협상으로 풀려난 자유유럽방송(RFE) 기자 알수 쿠르마셰바의 딸을 끌어안고 위로하고 있다. 이날 서방과 러시아는 각각 수감 중이던 24명을 동시에 석방하는 방식으로 수감자를 맞교환했다. 2024.08.02 [사진 =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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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을 통해 “이번 석방은 외교와 우정의 개가”라며 “동맹들의 도움 없이 이번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푸틴 대통령과 직접 대화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그와 직접 접촉할 필요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한편 게르시코비치 기자는 지난해 3월 말 취재 목적으로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를 방문했다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됐다. 러시아 검찰은 그가 미 중앙정보국(CIA)의 지시를 받고 군수 업체의 비밀 정보를 수집했다고 주장했다.

게르시코비치 기자가 결백을 주장했음에도 러시아 법원은 지난 달 그에게 징역 16년형을 선고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별도 브리핑에서 “우리는 역사상 가장 크고 복잡한 맞교환을 성사했다”면서 “푸틴과 직접적 관여는 없었고 러시아 공직자들과 광범위한 접촉이 있었지만, 구체적으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브리핑에서 협상 과정을 설명하는 도중 눈시울을 붉혔고, 잠시 말을 잇지 못하는 등 감정에 북받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저녁 미국으로 돌아오는 석방자들을 직접 맞을 예정이라고 설리번 보좌관은 밝혔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소셜트루스 계정을 통해 석방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며 “그들(러시아)에게 돈도 주는 것인가? 그들이 우리에게 돈을 주는가(답은 ‘아니다’라는 것이 확실하니 이 질문은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게르시코비치 기자와 휠런이 러시아에 구금돼 있는 것은 명백히 바이든 정부의 실패라고 비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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