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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하루 3만㎏ 훈련 … 새해도 번쩍 들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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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역도 국가대표 박혜정이 훈련장인 경기 고양시 장미란체육관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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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은메달, 마나마 세계선수권 은메달. 2024년에 한국 역도 간판 박혜정(21·고양시청)이 거둔 주요 대회 성적표다. 여전히 세계 최상위권 실력으로 국제대회에 입상했지만 '만리장성' 중국의 벽에 막혔던 그는 더 무거운 바벨을 들어올리기 위해 다시 역도화 끈을 조여 맸다.

최근 훈련장인 경기 고양시 장미란체육관에서 만난 박혜정은 "올림픽에 처음 출전해서 많이 긴장했지만 가서 부딪혀보자는 마음으로 나가서 첫 메달을 땄다. 스스로 90점대를 줄 만한 대회였다. 다음 올림픽(2028 LA 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줄 수 있었던 대회라 뜻깊었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인상·용상·합계에서 모두 우승해 3관왕을 달성하고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박혜정은 지난 8월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역도 여자 81㎏급에서 합계 299㎏(인상 131㎏, 용상 168㎏)으로 리원원(중국·합계 309㎏)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했다.

2004년 아테네 대회부터 2012년 런던 대회까지 금·은·동메달을 한 개씩 따낸 박혜정의 '우상'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이후 12년 만에 탄생한 올림픽 여자 역도 최중량급 한국인 메달리스트가 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이후에도 박혜정은 9월 충남 서천에서 열린 동아시아대회, 지난 15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모두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시즌을 마쳤다. 특히 세계선수권에서는 용상 종목에서 171㎏을 들어올려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세운 기록(170kg)을 경신한 한국 신기록을 수립했다.

현역 시절 장미란의 경기를 보고서 중학교 1학년 때 남들보다 늦게 역도에 입문했다. 그러나 남다른 승부욕과 피나는 연습으로 주니어 시절부터 한국 최고 역도 선수가 됐다. 박혜정은 "고교(안산공고) 3년 내내 지도해준 코치님 집에서 지내며 대회를 준비했다. 식단 관리도 하고, 야간 훈련도 하면서 실력이 부쩍 늘었다. 고교 2학년 때 성인부 한국 신기록을 세우면서 자신감도 올라갔다"고 말했다.

하루 연습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묻자 박혜정은 "무작정 무겁게 들어올리는 것보다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다 들어올리면 하루 3만㎏ 정도가 된다"고 말했다. 그가 웨이트 트레이닝 3대 운동(백스쾃 270㎏, 데드리프트 230㎏, 벤치프레스 110㎏)을 하면서 들어올리는 총 무게는 610㎏이나 된다. 흔히 운동 최고수를 '3대 500㎏'이라고 하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준이다. 박혜정은 "매일 들어올리는 거라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역도 선수라면 이 정도 무게는 익숙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평소 춤추는 걸 좋아하고, 동료들과 장난도 많이 치지만 최고 역도 선수가 되기 위해 많은 걸 포기하면서 땀을 흘렸다.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손에 묻히는 송진가루 알레르기도 있었지만, 스스로 극복해야 했다. 박혜정은 "중고교 때 놀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정말 운동만 바라보고 지금까지 왔다. 지금은 주말마다 친구들과 놀러다니긴 하지만 학창 시절에는 그런 걸 못했다"면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좌우명을 갖고, 남들보다 하나라도 더 하자는 생각으로 운동하면서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밝혔다.

지난 4월 8년간 암 투병한 어머니가 별세하는 아픔도 겪었던 박혜정은 "우여곡절이 정말 많았다. 그래도 그 모든 걸 참고 이겨내서 올림픽에서 성과를 낸 나 자신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직 공식 경기에서 넘지 못한 '합계 300㎏'과 중국 선수의 벽은 박혜정이 꼭 풀어야 할 숙제다. 세계선수권에서는 리원원 대신 출전한 중국 리옌에게 막혔다.

그래도 박혜정은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장미란 차관 역시 첫 올림픽이었던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지만 이후 4년간 매년 성장해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박혜정은 "연습 과정에서 합계 300㎏은 경험해봤다. 다음에 치를 큰 대회가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인데, 2년 뒤에 열린다. 그때를 바라본다면 305~310㎏ 등 그 이상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 라이벌은 중국 선수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역도는 개인 종목이다. 나 자신을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 몸 아픈 곳도 회복하면서 천천히, 하지만 좀 더 앞으로 나아가는 2025년을 보내겠다"고 강조했다.

언젠가는 '역도 하면 장미란' 대신 자신의 이름 석 자가 새겨지는 것도 꿈꾼다. 박혜정은 "장미란 차관님은 한국 역도계의 전설이자 역사다. 절대 범접할 수 없는 대단한 분"이라면서도 "차관님 은퇴 후에 시간도 많이 흘렀다. 이제 시대도 바뀌었고, 사람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설의 뒤를 이어 이제는 역도 선수 하면 박혜정을 떠올릴 수 있도록 더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고양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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