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의식 되찾았지만 스스로 의사표현 못 해
김은영 전 외교부 남아시아태평양 국장이 2018년 11월 뇌출혈로 쓰러져 일터로 돌아오지 못하고 결국 면직 처리됐다. / 사진=외교부 |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상회의 일정을 수행하다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외교부 간부가 일터로 돌아오지 못하고 결국 면직됐다. 의식은 되찾았으나 여전히 스스로 의사를 밝히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명예퇴직 등은 불가능하다는 게 외교부의 법적 검토 결과다.
2일 외교부에 따르면 김은영 전 외교부 남아시아태평양 국장이 이날 공무상 질병 휴직을 마치고 면직 처리됐다.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상 질병 휴직은 최대 5년까지 허용된다. 김 전 국장의 질병 휴직은 지난 1월31일 만료됐다. 그동안 외교부가 퇴직 절차를 미루며 법적 검토 등을 통해 지원 방안을 찾았지만 현행법상 면직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김 전 국장의 건강을 고려할 때 업무에 복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관계부처와 함께 복직 후 병가를 쓰거나 명예퇴직 등 여러 대안을 검토했지만 현행법상 면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전 국장은 2018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관련 실무를 총괄하다가 과로에 의한 뇌출혈로 쓰러졌다. 김 전 국장은 아세안 등 지역 내 협의체를 비롯해 동남아·서남아·태평양국가 등 30여개국 외교 실무를 총괄했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페이스북에 "저를 수행해 온 김은영 외교부 국장이 뇌출혈로 보이는 증세로 방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고 의식이 없다"면서 "과로로 보인다. 매우 안타깝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국장은 현지 병원에서 긴급 치료를 받은 후 환자이송전용기(에어 앰뷸런스)로 국내에 이송됐고 이후 질병 휴직을 내고 약 5년9개월 간 치료를 받아왔다. 김 전 국장은 이날 면직 처리에 들어갔지만 의료비·간병비 일부는 계속 지원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국장은 2018년 '공무상요양 승인'을 받아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공무상요양비(의료비) 상당 부분과 간병비를 지원받았다. 앞으로도 이런 지원은 유지될 예정이다. 다만 김 전 국장은 퇴직연금은 받지만 면직으로 명예퇴직 수당은 받지 못한다. 중증질환으로 인해 치료시 자기부담금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김 전 국장이 퇴직 이후에도 퇴직연금 수령이나 필요시 장해연금, 간병비 수령에 불편함이 없도록 가족을 지원하고 유관기관과도 필요한 협조와 조치를 취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김 전 국장의 치료비·간병비 지원을 위해 2주 간 성금을 모금했으며 국내외 직원들이 이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외교부에 재직 중인 김 전 국장 배우자에게 위로전과 위로금을 전달했다.
김 전 국장은 1994년 외무고시 28회로 외교관 업무를 시작했다. 입부 이후에는 서남아시아태평양과장, 시드니대 국제안보연구소 객원연구원, 주호주대사관 참사관, 남아시아태평양국 심의관 등을 지냈다. 2018년 3월에는 여성 외교관 최초로 특정 지역 업무를 총괄하는 '양자 국장'(남아시아태평양국장)에 임명됐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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