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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존치 요구 목소리 “모두가 소녀상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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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31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미테 지역의 ‘평화의 소녀상’ 존치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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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볕을 나무라듯 선선한 바람이 불던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오후,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자리 잡은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 주변으로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어린아이 손을 잡은 아빠와 모녀, 노부부, 혼자 길을 걷던 사람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소녀상을 지켜보기도 했다. 아르메니아어로 ‘용기’라는 뜻을 가진 아리를 이곳에 세운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 회원들은 독일어로 “아리는 용감하고, 우리는 함께 합니다!” 라는 문구가 적힌 엽서를 주민들에게 나눠주며 소녀상의 취지를 설명했다.



미테구청이 앞서 소녀상을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코리아협의회는 구청의 결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이날 열었다. 같은날 소녀상 철거에 반대하는 미테구 주민 2000여명의 서명을 모은 주민청원서도 미테구의회에 전달했다. 소녀상 앞엔 70여명이 모여 최윤희 무용가와 베를린 한인 2세들로 구성된 전통 그룹 ‘무악(Muak)’의 공연을 지켜봤다. 무악은 기원무와 진도북춤, 모듬북 공연을 통해 소녀상의 존치를 기원하는 마음을 전했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공연이 끝난 뒤 “미테구청장은 예술작품의 경우 최대 2년까지만 (지역에) 설치가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늘 예외는 있었다. 지역 주민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베를린) 소녀상의 존재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31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미테 지역의 ‘평화의 소녀상’ 존치를 위한 집회에서 최윤희 무용가와 베를린 한인 2세들로 구성된 전통 그룹 ‘무악(Muak)’이 공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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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협의회는 소녀상 존치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을 받기 위한 큐아르(QR) 코드가 적힌 엽서를 집회 참가자들에게 나눠주며 청원을 부탁했다. 단체는 현재 약 3만7천명이 참여한 온라인 청원에 5만명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엽서엔 슈테파니 렘링어 미테구청장의 주소도 적혀 있어 직접 항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이번 집회에 처음 참여한 터키인 꾸눌 샤힌(20)은 친구들에게 주기 위해 엽서를 수십장 챙겼다. 그는 “이곳에서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았다. 여성으로서, 공감과 힘을 다해 여러분을 이해하고, 돕고 싶다”고 말했다. 코스타리카 출신의 역사학자로 미테 지역에 사는 호세 빈센트 무릴리오(35)는 “우리는 여전히 여성들이 많은 고통을 받는 세상에 살고 있기에 이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베를린이야말로 이런 활동을 지지해야 할 도시인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미테구민 청원서를 받은 독일 녹색당 소속의 엘리자비타 캄 미테 구의회 의장은 “(서명에 동참한) 이들의 참여에 감사한다. 우리는 모든 서류에 오류가 없는지 확인한 뒤 의회에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청원제도를 활용해 시작한 이번 서명운동은 미테구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는 통로가 되며, 구청과 구의회는 1천명 이상이 청원한 주민 안건은 정식으로 다뤄 의결 여부를 정해야 한다. 최종 결정까지는 최소 2개월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코리아협의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학순(1924∼1997) 할머니가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증언한 날인 8월14일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엔 베를린의 일본 여성단체인 ‘일본 여성 이니셔티브’와 연대해 집회를 열 예정이다.



글·사진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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