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쟁 원치 않지만 대비”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저항의 축’ 무장세력을 이끄는 이란 최고지도자가 이스라엘에 대한 ‘의무적인 가혹한 보복’을 지시하면서 저항의 축이 동시다발적으로 보복 작전을 개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3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서안 헤브론에서 열린 시위 모습.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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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성명에서 “하니예를 살해한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자행한 극악무도한 범죄는 ‘저항 전선’(저항의 축), 특히 이란으로부터 가혹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혁명수비대는 이어 두 번째 성명에서 “범죄적이고 비겁한 시온주의 정권의 암살은 가자지구 전쟁의 완전한 실패를 덮으려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10개월째 전쟁 중인 하마스의 고위 인사 무사 아부 마르주크는 “비겁한 그들(이스라엘)의 행동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미 아부 주흐리 하마스 대변인은 “우리는 알쿠드스(예루살렘의 아랍어 지명)를 해방하기 위한 전면전을 전개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위해 어떤 대가도 치를 각오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멘 반군 후티 정치국 소속 무함마드 알리 알후티는 엑스(X·옛 트위터)에 “그(하니예)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악랄한 테러리스트 범죄이며 법과 이상적 가치들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후티 반군은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하자 하마스를 지지한다는 명분으로 홍해에서 외국 선박들을 공격해왔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이날 성명에서 조의를 표하면서 이스라엘에 맞선 저항이 더욱 단호해 질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가자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지대에서 이스라엘과 교전을 벌여왔다.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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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주체로 지목된 이스라엘은 사실관계를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았다. 타국 국경을 침범하는 군사작전에 대해 이스라엘이 일관되게 취해 온 태도다. 이날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다비드 멘서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기자들이 하니예 피살 관련 질문을 하자 “우리는 그 특정 사건에 대해 논평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인 애로(Arrow) 지대공미사일 포대를 방문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며 하니예 암살 사건은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이스라엘 정부 공보국(GPO)은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테헤란에서 정밀 공격으로 사망했다”는 글과 함께 하니예의 얼굴에 ‘제거됨(eliminated)’이라는 빨간색 도장을 찍은 합성 사진을 올렸다가 내렸다.
하니예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 차 테헤란에 체류하던 중 이날 오전 2시쯤 피격돼 사망했다. 그는 테헤란 북부 참전용사용 거처에 머물고 있다 암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시오니스트 정권이 우리 귀중한 손님을 우리 집에서 순교시켰다”며 “이란 영토 안에서 벌어진 이 쓰리고 힘든 사건에서 그(하니예)의 피에 대해 복수하는 게 우리의 의무”라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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