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백해룡 경정 휴대전화 포렌식
'용산, 심각' 말했다고 지목된 A총경 통화기록
세관 측 청탁 정황 녹음파일 등 확보
물증 토대로 향수 수사 방향·계획 수립할듯
백해룡 경정.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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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가 '세관마약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백해룡 경정의 휴대전화에서 통화기록과 상당 수의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특히 '용산(대통령실)'을 언급하며 브리핑을 연기하라고 지시했다고 지목된 당시 서울 영등포경찰서장인 A총경과 연관된 통화기록이나 세관 측의 청탁 정황을 보여주는 녹음파일 등은 향후 수사의 중요한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지난달 31일 오전 영등포서 전 형사과장 백 경정을 불러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았다. 백 경정이 공수처에 출석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4일에도 출석해 약 10시간 동안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공수처는 제출받은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백 경정의 통화기록과 녹음파일 등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경정의 고발 내용을 뒷받침하는 물증이다.
공수처는 특히 고발장에 포함된 '용산(대통령실)' 발언과 관련된 통화기록을 확보해 전후 맥락 등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접수된 고발장에는 지난해 9월 20일 당시 영등포서장인 A총경이 백 경정에게 전화해 '용산에서 사건 내용을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틀 후(22일)로 예정됐던 브리핑을 연기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세관마약 수사는 백 경정이 이끄는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이 지난해 1월 27일 말레이시아 마약조직원 6명이 필로폰 4~6kg을 몸에 부착해 인천국제공항을 통과했고, 밀반입 당시 세관 직원들의 협조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를 확대한 사건이다.
애초 이 사건은 윤희근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 보고됐고, 윤 청장은 '아주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 소기의 성과가 대내외에 제대로 알려지고 평가받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직접 챙겨라'고 칭찬까지 했었다.
그런데 10월 5일 서울경찰청은 백 경정에게 총 세 차례에 걸쳐 언론에 배포할 보도자료에서 세관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완전히 삭제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백 경정 등 수사팀이 저항하거나 거부하는 반응을 보인 직후 상부에서 사건 이첩을 내렸다는 게 백 과장의 주장이다.
백 경정은 지난달 29일 경찰청장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A총경의 '용산' 발언을 듣고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었다"며 "(용산 대통령실에서) 괘씸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다만, A총경은 "그런 말(용산 관련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공수처는 또 세관 측에서 백 경정 등 수사팀이나 경찰 수뇌부에 부적절한 청탁을 한 정황과 관련한 녹음파일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천공항본부세관 간부와 직원들이 지난해 10월 6일 아침 일찍 백 경정을 찾아와 마약 수사 브리핑에서 '인천세관 이야기는 아예 안 나오게 해달라'고 청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관 측이 백 경정을 찾아온 시점은 서울청 B형사과장이 세관 관련 내용을 브리핑에서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이어 당시 서울청 생활안전부장으로 있었던 조병노 경무관이 백 경정에게 외압성 전화를 걸었던 바로 다음날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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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경정은 청문회에서 "(세관 직원들이) 관세청장이 '가만히 앉아 있지 말고 인천세관장은 서울청장을 출근하기 전에 만나러 가고, 통관 국장과 직원들은 백 과장을 찾아가라'고 지시해서 왔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해당 발언을 한 것으로 지목된 세관 측 C국장은 CBS노컷뉴스의 연락과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아울러 공수처는 백 경정 수사팀에 대한 경찰 지휘부의 지시와 이첩 명령 등의 적절성과 이 과정에서 외부의 청탁이나 외압이 있었는지 등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건 이첩 지시와 관련된 통화기록이나 녹음파일, 대화 내용 등을 토대로 향후 수사의 방향과 규명돼야 할 의문점들을 정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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