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09 (월)

[영상] 러시아에 악수 대신 칼 내민 우크라 검객…조국에 첫 메달 안겼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뉴스1) 정희진 기자 = 우크라이나의 '국민 검객'이 조국에 소중한 첫 메달을 안겼다.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펜싱 선수 올하 하를란이 29일(이하 현지시간)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날 하를란은 올림픽 준결승에서 프랑스의 사라 발저에게 패배한 뒤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의 최세빈(전남도청)과 맞붙었다. 치열한 접전 끝에 그는 15-14로 구릿빛 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가 끝난 후 하를란은 감격하며 주저앉아 눈물을 보였다. 경기장을 꽉 채운 관중들은 그를 향해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국기 모양 마스크에 입을 맞추는가 하면, 카메라를 향해 “사랑하는 우크라이나, 이건 널 위한 거야”라고 말했다.

하를란의 동메달은 파리 올림픽에서 우크라이나가 거머쥔 첫 번째 메달이다.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침공한 후 처음으로 열리는 올림픽에서 거둔 첫 메달이기에 더욱 의미 있다.

이번 동메달로 그는 우크라이나 역사상 가장 많은 올림픽 메달을 따낸 선수가 됐다. 또한 4개의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최초의 우크라이나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국민 검객’으로 불리는 하를란은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앞서 러시아 선수와의 ‘악수 거부’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7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FIE 펜싱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러시아 펜싱 선수 안나 스미르노바와의 경기에서 승리했다.

경기가 끝난 후 스미르노바가 악수하러 다가왔으나, 하를란은 검을 앞으로 내민 채 악수를 거부했다.

펜싱에서 악수는 의무로 규정돼 있고, 이를 거부할 경우 스포츠맨십 위반으로 ‘블랙카드’(실격 명령)을 받는다. 이때 하를란은 끝까지 악수를 거부해 결국 실격 처리됐다.

당시 그는 “러시아 선수들과 마주할 준비는 돼 있지만 그들과 결코 악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메달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국가와 가족”이라고 강조했다.

하를란은 실격으로 인해 파리 올림픽 출전에 필요한 세계 랭킹 포인트를 쌓을 기회를 잃었는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그에게 예외적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부여했다. 그는 올림픽 경기 시작 전 “우크라이나를 위해 이번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이번 파리 올림픽에 26개 종목 140명의 선수를 출전시켰다. 이는 역대 하계 올림픽 최소 규모다. 전쟁이 길어진 탓에 일부 선수들의 집과 훈련장이 파괴됐고, 일부 선수들은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다. 몇몇 선수들은 훈련을 위해 해외로 떠났다는 전언이다. 하를란 역시 해외에서 이번 올림픽을 준비했다.

하를란은 “조국이 전쟁 중인 가운데 출전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며 “무슨 메달인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이건 금메달”이라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메달을) 우크라이나를 지키는 사람들과 러시아에 의해 목숨을 잃은 선수들에게 바친다”고 말하기도 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gmlwls4580@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