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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한 개척자의 죽음으로 본 전성기 포르투갈의 양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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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물의 시대

에드워드 윌슨-리 지음|김수진 옮김|까치|392쪽|2만2000원

1574년 포르투갈 왕립 기록물 보관소장 다미앙 드 고이스가 벽난로 옆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손에는 반쯤 타다 만 문서 조각을 쥐고 있었다. 그는 왜 살해당했을까. 책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기묘한 죽음을 추적한다.

포르투갈이 먼바다로 과감히 배를 띄우며 ‘물의 시대’를 열어젖힌 시기의 이야기다. 또 하나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시인 루이스 드 카몽이스. 감옥을 들락거린 건달이었지만, 인도와 중국 등 동방을 방랑하며 바스쿠 다 가마와 선원들의 이야기를 서사시 ‘루지아다스’로 써냈다.

저자는 고이스와 카몽이스의 삶을 교차해 보여주면서, 16세기 대항해 시대를 한 편의 추리 소설처럼 풀어냈다. 역사가 고이스는 지구 저편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기록을 통해 널리 알리고자 했지만, 교회를 기만했다는 죄목으로 종교심판을 당하다 미스터리한 죽음을 맞았다. 반면 유럽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오만한 시각을 가진 카몽이스는 포르투갈의 국민 시인으로 칭송받는다. 세계가 구석구석 연결된 현재에도 사람들은 왜 고립돼 있는지, 두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묻는다. 비단, 후추와 노예 무역이 성행하던 전성기 포르투갈의 음과 양을 적나라하게 짚어낸 책이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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