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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토)

커지는 줄도산 공포…위메프・티몬 판매자들 “이러다 다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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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판매자, 정산 무기한 연기에 연쇄 부도 우려 커져

입점업체 6만곳…선정산 대출 끊기고 대출마저 어려워

온라인 피해 호소도 잇달아…뿔난 소비자, 본사서 항의

헤럴드경제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가 25일 새벽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정산 지연 사태로 상품을 환불받으려는 고객들을 응대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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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티몬에서 여행 상품을 팔았던 중소 여행사 대표 A씨는 6월 1일부터 지난 22일까지 피해액이 약 5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거래대금의 20% 정도가 들어오긴 했지만, 나머지 금액은 언제 받을 수 있을지 감감무소식이다. 그나마 23일 출발한 여행 상품부터 직접 결제로 전환하면서 급한 유동성을 확보했다. A씨는 “당장의 위기는 넘겼지만, 고객 항의가 계속되고 있다”며 “앞으로 자금 압박이 심해질 것으로 보여 밤잠까지 설치고 있다”고 했다.

티몬과 위메프 입점 셀러(판매자)들의 피해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정산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중소 판매자의 연쇄 부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2년 전부터 티몬과 위메프에서 식료품을 판매해 온 B씨는 “당장 이번 주까지 현금을 구하지 못하면 파산에 이를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 업체는 지난 19일부터 7억원 규모의 정산이 밀렸다. B씨는 “8~9월까지 밀릴 정산금을 합하면 피해 예상액은 34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B씨는 1금융권에서 거래 대금을 먼저 받고, 향후 티몬·위메프에서 대금을 받으면 갚는 ‘선정산’으로 자금을 융통했다. 지난주에는 사재와 지인을 통해 빌린 돈으로 7억원을 겨우 막았다. 앞으로 남은 6억원은 대출로 해결할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B씨는 “회사에 직원이 60명인데 직원 급여 부분이 제일 우려된다”며 “직원한테 피해를 안 주려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업계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 등 큐텐그룹 계열 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한 업체는 총 6만 곳에 달한다. 상당수가 중소 판매자로 알려졌다. 특히 디지털·가전이나 여행 등 거래 금액이 큰 품목에서 영세 판매자 자금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품 단가가 큰 만큼 여신 거래가 활성화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2022년 4년간 선정산 대출총액은 1조3000억원을 웃돈다. 연간 대출액은 2019년 252억원에서 2022년 6239억원으로 25배로 불었다. 플랫폼별로는 위메프가 두 번째로 많다. 전날 주요 은행은 티몬과 위메프의 대출 상환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선정산 대출을 중단했다.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별도 대출을 받기도 어렵다.

주문 취소와 환불 지연 등 소비자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판매자들이 정산금을 지급받지 못하면서 소비자는 주문한 제품을 발송하지 못하거나, 주문 자체를 취소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해외여행을 계획하던 소비자의 피해가 컸다. 현지 숙박이나 항공권, 패키지 여행상품 등 종류에 상관없이 대거 취소됐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도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쏟아졌다. 지난 5월 티몬에서 방콕행 항공권을 구입한 한 소비자는 “티몬에서 구입한 항공권이 강제 취소 처리됐다”며 “여행사에선 재결제를 요청하고 있는데, 티몬에선 카드 승인취소도 안 되고 계좌 환불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티몬에서 인테리어 상품을 구매했던 또 다른 소비자는 “이미 200여만원을 들여 상품을 결제하고 업체 직원이 방문해 실측까지 완료한 상태인데, 시공일을 앞두고 갑자기 취소 통보를 받았다”며 “티몬, 인테리어 업체, 카드사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이번 사태에서 소비자가 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건지 정말 화가 난다”고 했다.

티몬·위메프의 결제를 대행하는 NHN KCP, 토스페이먼츠, KG이니시스 등 PG사들은 지난 23일부터 기존 결제 건에 대한 취소와 신규 결제를 모두 막았다. 소비자들은 티몬·위메프에서 상품 구매는 물론 지불한 금액을 결제 카드로 돌려받기 어려워졌다. 티몬 캐시의 페이코 전환과 해피머니 거래, 포인트 전환, 배달앱에 등록한 금액권 사용 등도 중단됐다.

소비자들은 지난 24일 밤부터 직접 서울 강남에 있는 티몬과 위메프 본사를 찾아 항의하는 한편, 여행상품 등 구매 상품에 대한 환불을 요구했다. 약 200명이 모인 위메프에서는 이날 새벽부터 구매내역을 확인하는 절차가 이뤄졌다. 일부 소비자는 피해 금액을 환불받았다. 전날 저녁부터 환불을 받기 위해 위메프 본사를 찾았다는 한 소비자는 “새벽까지 기다린 끝에 피해금 200만원 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며 안도했다.

이날 오전에도 강남구 위메프 본사 1층 로비에는 소비자들로 가득했다. 안내데스크에서 상품 구매 내역을 적은 이들은 하염없이 환불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는 이날 새벽 0시 넘어 회사에 도착한 뒤 소비자 민원을 직접 대응하고 있다.

류 대표는 이날 기자와 만나 “발생하지 않았어야 할 구매자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최우선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소비자 피해를 해결한 다음, 셀러(판매자) 문제를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이나 LG쪽 총판에서 가압류를 하겠다고 나오고 있다. (가압류가 되면) 이런(환불) 활동이 다 중단된다”며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설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2021년 발생한 환불 대란 문제로 큰 논란을 일으킨 ‘제2의 머지 사태’가 재발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소비자들의 피해액 배상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한 로펌 대표변호사는 “전통적인 민사적 방식으로는 개별적으로 소비자들의 피해가 다르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며 “법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형사 절차나 도산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송은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으로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티몬이나 위메프 본사에서 피해 소비자들이 수긍할 만한 피해 배상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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