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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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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극장가 ‘재개봉의 기술’은 무한 진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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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침체기를 견디고 있는 여름 극장가에 재개봉 바람이 거세다. 이제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명작부터 불과 지난해 개봉한 최신작까지 재개봉 러시에 줄줄이 뛰어들고 있다. 팬데믹 이후 달라진 관객의 소비 패턴에 맞춰 ‘재개봉의 기술’ 역시 진화 중이다.

22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비포’ 3부작으로 유명한 <비포 선라이즈>를 비롯해 일본 공포 영화 <큐어>, 프랑스 로맨스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일본 애니메이션 <하이큐> 등이 재개봉돼 현재 상영 중이다.

최근 재개봉했거나 재개봉을 앞둔 작품들은 일일이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지난달에는 개봉 20주년을 맞은 <태극기 휘날리며>가, 5월에는 <쇼생크 탈출>이 개봉 30주년 기념으로 다시 관객을 만났다. 3월에는 정우성, 이정재 주연의 <비트>와 <태양은 없다>가 각각 재개봉했다. 강제규 감독의 <쉬리>는 25년 만에 재개봉이 추진되고 있다. 팬데믹 시기 신작의 빈자리를 메우던 재개봉작이 대작 없는 올해 여름 극장가를 채우고 있는 모양새다.

재개봉 성적이 첫 개봉 당시를 앞서는 사례도 속속 나온다. 지난 4월 11개월 만에 재개봉한 일본 로맨스 영화 <남은 인생 10년>은 관객 56만명을 동원하며 첫 성적(13만명)의 4배가 넘는 성공을 거뒀다. <범죄도시 4> 독식이 이어지는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흥행에 성공한 케이스로, 재개봉도 전략에 따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음을 보여줬다.

재개봉의 양상은 변화하고 있다. 주기는 짧아졌고, 이벤트성은 크게 늘었다.

재개봉 붐이 일기 시작한 2013년만 해도 재개봉은 오래전 명작을 다시 선보이는 기회로 인식됐다. 이 시기 재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시네마천국>, <레옹>, <러브레터>는 모두 1980~1990년대 작품이다. 지금은 최신작이 1~2년 만에 돌아오는 경우가 흔하다. 지난달 재개봉한 <소울메이트>는 지난해 3월, 오는 8월 재개봉 예정인 <애프터썬>은 지난해 2월 개봉했다. 지난달에는 <듄> 파트 1, 2도 나란히 극장에 다시 걸렸다. <듄: 파트 2>가 지난 2월 개봉해 최근까지 상영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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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년 3개월 만에 재개봉한 영화 <소울메이트>.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배우 변우석이 인기를 얻자 그의 출연작이 재조명받은 경우다. 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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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재개봉이 확정된 <애프터썬>은 지난해 2월 개봉작이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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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봉의 이벤트적 성격이 짙어졌다는 점도 특징이다. 몇 달 만에 극장에 돌아온 <듄: 파트 2>의 경우 누적 관객 수 200만명 달성을 위한 이벤트에 가까웠다. <듄: 파트2>가 첫 개봉에서 ‘199만’을 모으는데 그쳤던 터라 영화 흥행에 힘을 보탠다는 취지였다. <소울메이트>는 변우석 주연의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가 큰 인기를 끌자 그의 출연작이 끌어 올려진 경우다. 지난해 12월엔 <서울의 봄> 흥행에 힘입어 황정민 주연의 <인질>(2021)도 재개봉했다. 전두광 역의 황정민이 수모를 겪는 내용을 통해 관객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한다는 의도였다.

현재 재개봉 붐이 일고 있는 것은 긴 불황을 견뎌온 배급사와 극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업계 관계자들은 재개봉을 두고 “안 할 이유가 없는 선택”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인지·선호도를 확보한 작품인 만큼 판권료, 마케팅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실패해도 큰 손해를 보지 않는 데다 성공할 경우 꽤 짭짤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배급사 관계자 A씨는 “이벤트성 재개봉은 굿즈를 티켓값에 포함하거나 특수관에서 상영하는 경우가 많아 객단가(영화 티켓 평균발권가격)가 좋은 편”이라며 “극장 입장에서도 팝콘 하나, 콜라 하나라도 더 팔 수 있으니 결코 손해는 안 본다”고 말했다.

팬데믹 이후 달라진 관람 패턴은 재개봉 붐을 견인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예술·독립영화를 주로 취급해온 또 다른 배급사의 관계자 B씨는 “요즘 관객들은 검증된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데, 코로나 19 시기 개봉해 놓친 좋은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싶다는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넘쳐나는 재개봉작으로 인해 신작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새로운 영화를 원하는 관객이 소외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오히려 재개봉작의 낙수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A씨는 “어차피 재개봉작은 극장이 많은 관을 배정하지 않는다. ‘빈집털이’ 하듯 짧은 기간 상영하며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는 게 오히려 전략적”이라며 “이래저래 극장에 볼 만한 작품이 있어 극장에 손님이 간다면 대승적으로 좋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B씨도 “요즘 영화를 보지 않는 사람들은 재개봉작이 있냐 없냐 여부와 상관없이 안 본다. 어디까지나 특정 작품에 대한 쏠림 현상이 굳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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