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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 (금)

“엔화 실질 가치, 1971년 ‘달러화 금태환 정지’ 이후 최저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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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6월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 보관중인 엔화 및 달러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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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의 실질 가치가 1971년 8월 미국 달러화의 금태환 정지(이른바 닉슨사태)로 시작된 브레턴우즈체제 붕괴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병관 한국금융연구원 부장대우가 21일 발표한 ‘엔화 약세 장기화의 원인’ 보고서를 보면,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지난 5월 말 기준 64.45(2020년=100, 27개국 고려 기준, 국제결제은행(BIS))를 기록해 1970년대 이후 최저수준을 나타냈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서로 다른 물가수준을 고려할 때 교역상대국(들)의 화폐에 견줘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졌는지를 나타내는 환율이다.



보고서는 “일본 엔화 가치는 전후 경험하지 못한 수준까지 하락하고 있다. 실질 가치로 비교해보면 1973년 변동환율제를 도입하기 이전에 유지했던 고정환율 1달러=360엔보다도 엔저 상태”라고 했다. 엔화가 약세 기조로 돌아선 것은 2012년 말부터다. 보고서는 2011년 이후 무역수지 적자 급증, 동일본 대지진 발생, 아베노믹스 양적 금융완화 등 세 가지 사건이 배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자 주요국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잇달아 인상했으나, 일본은 내수 회복을 목적으로 금리 인상 압력이 높아져도 정책금리를 올리지 않으면서 미국과의 금리차가 더 벌어진 탓에 엔저 기조가 더 강해졌다. 보고서는 “과도한 엔저를 배경으로 일본은행이 투기적 움직임은 허용할 수 없다며 시장개입을 정당화하고 있지만, 통화당국 개입이 시장에서 형성된 기조를 바꿀 수는 없는 형편”이라며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상황임을 고려할 때 투기적인 엔 매도가 시작될 경우 일본 가계의 자본이동(현금 및 예금 1100조엔)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달러 매입, 엔 매도’ 방향의 개입은 시장에서 엔화를 빌려 달러화로 바꾸면 되는 터라 얼마든지 무제한으로 할 수 있는 반면, ‘달러 매도, 엔 매입’ 방식의 개입은 일본 외환보유액의 감소를 초래하게 된다.



보고서는 “일본경제는 생산성 향상과 국내 소비·투자를 증대시키는 구조개혁을 단행하지 않은 채, 단순히 저금리와 엔저에 의존하는 상황을 지속하고 있어 기업들이 해외직접투자를 늘리고 투자자들도 해외 채권·주식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며 “이러한 자국내 투자 위축으로 일본경제의 경쟁력이 낮아져 무역수지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고 엔화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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