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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 (목)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ICJ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점령 불법…정착촌 건설 중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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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판단 요청 2년만에 결론…서안지구·동예루살렘서 철수 요구

법적 구속력 없는 '권고적 의견'이나…국제사회 따가운 눈총은 부담

뉴스1

유엔 최고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의 나와프 살람 소장(오른쪽 3번째)이 19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법정에서 재판관 15인이 심리한 결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은 불법이라는 '권고적 의견'을 낭독하고 있다. 2024.07.1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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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성식 정지윤 기자 = 유엔 최고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1967년 이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 일부를 점령한 것은 '불법'이라며 해당 지역의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은 중단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유엔총회가 법원에 자문한 지 2년 만에 내린 결론으로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가자전쟁 장기화로 국제사회 여론이 악화한 이스라엘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ICJ는 19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법정에서 이같은 내용의 '권고적 의견(advisory opinion)'을 표명했다. 나와프 살람 ICJ 소장은 재판관 15명이 심리한 결과문을 낭독하며 "법원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에 계속 주둔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 내 이스라엘 정착촌과 이와 연계된 정권은 국제법을 위반하여 설립됐고, 유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가능한 한 빨리 점령을 끝내야 한다"며 "신규 정착 활동을 중단하고 모든 정착민을 대피시킬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살람 소장은 결과문에서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한 피해 보상금 지급 의무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총회, 회원국에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합법으로 인정하지 않을 의무와 더불어 점령지 내 이스라엘 정권 유지를 위한 원조 및 지원을 제공하지 않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팔레스타인인들이 국가 영토로 삼고자 했던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점령하고 요르단이 관할한 동예루살렘을 강제로 합병했다. 이후 서안지구에선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했고 동예루살렘은 수도로 삼았다. 2005년 이스라엘 군과 경찰은 가자지구에서 철수했지만, 여전히 이집트와 맞닿은 국경을 통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하마스 기습에 대한 보복으로 9개월 넘게 가자지구 군사작전을 강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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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구 라말라 인근에서 지난해 3월 이스라엘의 새로운 정착촌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 군과 대치하며 팔레스타인 깃발을 든 모습. 2023.03.10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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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심리는 2022년 12월 유엔총회가 1967년 이전에 형성된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이스라엘의 장기간 점령과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합병, 서안지구 정착촌 건설 등의 적법 여부와 관련해 ICJ에 자문을 구하기로 결의하면서 시작됐다. 유엔 결의를 받은 ICJ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절차법상 사안에 대한 법적인 견해를 담은 권고적 의견을 발표해야 했다.

지난 2월 적법성 심리에 착수한 ICJ는 같은 달 청문회를 열고 일주일간 52개국 대표들로부터 관련 쟁점에 대한 구두 진술을 받았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청문회에 유엔 주재 대사를 보내 이스라엘의 점령이 불법임이 인정돼야 진정한 평화가 시작된다고 역설했지만, 이스라엘은 이에 불참한 채 ICJ의 개입은 분쟁 해결에 해롭다는 서면 진술서를 제출했다. 청문회에 출석한 미국 대표는 이스라엘의 실질적 안보 상황을 재판부가 고려해 판단을 유보할 것을 요구했다.

ICJ는 이후 5개월간 재판관 15인의 검토를 거쳐 이날 권고적 의견을 표명했다. ICJ 판결과 달리 권고적 의견은 법적 자문에 그쳐 구속력이 있지 않다. 그럼에도 52개국이 단일 사건을 두고 진술에 나선 건 1945년 ICJ 설립 이래 전례 없는 규모인 만큼 이스라엘에는 상당한 외교적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권고적 의견은 향후 국제 관습법 제정 과정에서 중요한 법적 논거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이스라엘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2004년에도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과 서안지구에서 건설한 분리 장벽이 국제법에 반한다는 ICJ 권고적 의견을 따르지 않았다. 2022년에는 유엔 총회에서 ICJ 자문 결의안이 통과되자 이스라엘은 즉각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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