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04 (수)

"전공의 안 돌아오면…" 대책없는 정부 대책에 의료계 '분노'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공의 없으면 전문의도 없다"…정부 "추가 유인책 없어"

전문의 중심병원, 응급실 다른 진료과 투입에 현장선 '한숨'

뉴스1

18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4.7.1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수련병원들이 예상보다 많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 정원을 신청했지만 의료계는 이와는 별개로 전공의 대다수가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가 하반기 모집 응시를 독려하는 것 외에는 추가적인 유인책이 없는 데다 미복귀를 전제로 내놓은 후속 대책들도 사실상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우려를 넘어 분노하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수련병원들은 정부와 수련평가위원회에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총 7707명을 뽑겠다고 신청했다. 이는 전체 전공의 1만 3756명 중 약 56%에 이르는 숫자다.

의대 교수들은 그간 의대 증원 반발로 떠난 전공의들의 자리를 하반기 모집으로 메울 수 없다며 결원 신청에 반대해왔다.

빅5 병원의 한 교수는 "우리 과는 아무도 뽑지 않겠다고 얘기했고, 0명으로 신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병원들은 정부의 압박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명한다. 하반기 모집 정원을 제출하지 않으면 내년 전공의 모집부터 정원을 축소하겠다고 경고해왔기 때문이다.

뉴스1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 2024.7.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수련병원들의 예상보다 많은 결원 신청으로 의료계는 적잖이 당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모집 공고에서 많은 TO가 나오더라도 전공의들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빅5 병원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TO를 냈다고 하더라도 과연 9월에 그만큼 들어오겠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며 "사실 한두 달 전에는 그래도 돌아오지 않을까 예상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정부가 한 명의 전공의라도 더 오게 하겠다며 권역 제한을 하지 않았음에도 돌아오지 않을 거란 얘기들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빅5 병원 관계자도 "이런 걸로 혹해서 올 것 같았으면 다들 진작 왔을 것"이라며 "정부도 이미 다 예상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실제로 정부도 전공의들의 호응이 없을 거란 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하반기 모집 수련 특례 이외에 추가적인 전공의 복귀 유도책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는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을 상황은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로 '전문의 중심 병원'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등 지속 가능한 진료 체계를 마련해 과도한 전공의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근본적으로 혁신해 나가겠다"며 "특히 상급종합병원이 전문의 등 수련 인력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뉴스1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7.1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계는 정부가 내놓은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이 당장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우선 인력이 되질 않는다. 전문의가 그만큼 배출이 안 되질 않나. 안 그러면 이전에 배출됐던 인력을 뽑아야 하는데 그 전문의가 교원 절차를 밟은 게 아니다. 신분 문제부터 정리할 게 꽤 있다"면서 "또 전문의를 다 외래 전문의로 뽑아서 전공의처럼 돌린다는 것도 사실상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빅5 병원 관계자는 "병상 수를 줄이고 전문의를 많이 뽑고 중증 환자를 높이면 보전해주겠다는 게 정부 입장인데 어디까지 보상될지도 모르겠고, 중증과 경증 환자를 나눠 돌려보내는 시스템 자체가 말이 안 된다"라며 "또 보전해준다는 돈은 어디서 구할 건지 설득도 안 되어 있는 상황이라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한 의대 교수는 "그동안 못한 건데 안 한 건 줄 아는 것 같다. 돈이 없어 못한다"면서 "그리고 전공의가 없으면 미래에 전문의도 없다. 당장 현장에 일하고 있는 전문의들도 줄이탈하고 있는데 전문의를 어디서 구한다는 말인지도 모르겠다"고 허탈해했다.

실제로 복지부가 이날 공개한 의과대학 소속 병원 88곳의 전문의 사직서 제출 현황에 따르면 1452명의 전문의가 현재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개인적인 사유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과대학 소속 병원 전문의 1만 7316명의 약 8%에 달하는 수다.

특히 최근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사직으로 응급실을 단축운영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응급의학과 외에 다른 전문 과목 인력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응급의학회는 "참으로 답답하고 황당하기까지 하다"며 "다른 전문과목의 전문의가 응급 환자 24시간 야간, 휴일 진료를 시행하면 해당 전문 과목의 외래, 입원, 수술 환자는 누가 진료하느냐"며 "응급의료를 너무도 쉽게 생각하는데, 타 전문과목 전문의는 해당 전문과목의 전문성이야 당연히 높지만 응급실로 몰려오는 온갖 다양한 환자들을 대처하긴 어렵다"고 했다.

고려대의료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현재 많은 대학병원들이 재정 고갈과 도산 가능성을 호소하고 있고 여러 대학 병원의 응급실은 폐쇄 단계의 위험에 처해 있으며 필수 의료를 담당하는 교수들이 사직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의료 대란은 이제부터가 시작인데도 정부의 현실 인식은 안일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sssunhu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