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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2 (월)

버튼만 누르면 행복감 느끼다 사망…'안락사 캡슐’ 사용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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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7일(현지시각) 스위스 취리히에서 비영리단체 '더 라스트 리조트'는 안락사 캡슐 '사르코' 사용이 임박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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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서 첫 ‘안락사 캡슐’ 사용이 곧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7일(현지시각) AFP통신에 따르면, 안락사 비영리 단체 ‘더 라스트 리조트(The Last Resort)’는 수개월 내에 안락사 캡슐 ‘사르코(Sarco)’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2019년 처음 공개된 ‘사르코’는 내부의 산소를 질소로 대체해 저산소증으로 인한 사망을 유발한다. 단체는 “스위스에서는 조력 자살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아무런 장애물이 없다”고 했다. 스위스는 연명 치료 중단을 의미하는 존엄사는 물론, 불치병 환자에게 약물을 투입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의사 조력 자살(안락사)을 허용하고 있다.

죽음을 원하는 이들은 먼저 의사에게 정신 능력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주요한 법적 요건이다. 이후 보라색 캡슐에 들어가 뚜껑을 닫으면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버튼을 누르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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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 내부의 버튼을 누르면 산소 농도가 급격히 낮아져 저산소증으로 인한 사망을 유발한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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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죽고 싶으면 이 버튼을 누르세요”라는 음성이 재생된다. 버튼을 누르면 30초 이내에 공기 중 산소량이 21%에서 0.05%로 급감한다. 사르코 발명가 필립 니치케는 “이렇게 낮은 수준의 산소를 두 번 호흡하면 의식을 잃기 전에 방향 감각을 잃고 조정력이 떨어지며 약간 행복감을 느끼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식이 없는 상태가 5분 정도 유지되다가 사망에 이르게 된다”고 했다.

다만,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바꿀 수는 없다. 니치케는 “일단 버튼을 누르면 되돌릴 방법이 없다”고 했다.

단체의 대표 플로리안 윌렛은 “실제로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르코 사용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에 곧 시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영원한 잠에 빠질 때까지 산소 없는 공기를 호흡하는 이보다 더 아름다운 (죽음의) 방법은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첫 번째 사용자가 누구인지, 언제 어디서 사용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세부 사항은 안락사 시행이 이뤄질 때까지 공개되지 않을 예정이다. 단체의 자문위원 피오나 스튜어트 변호사는 “평화롭게 생을 마감하기를 바라는 한 사람의 염원이 미디어의 서커스로 변질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스튜어트는 캡슐의 최소 연령 제한은 50세로 정해져 있지만, 18세 이상의 중환자가 있다면 “나이를 이유로 고통받는 사람을 거부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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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캡슐 '사르코'의 내부.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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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캡슐 사용은 스위스에서 조력사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주는 사르코 사용을 금지했고, 다른 주에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스튜어트는 “어떤 주에서 뭐라고 말하든 사르코를 사용하는 데 법적으로 아무런 장애가 없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며 “질소는 의료용 제품이 아니며 위험한 무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현재 사르코는 키가 1.73m 이하인 사람만 사용할 수 있다. 개발팀은 부부가 함께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이중 사르코를 제작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더 라스트 리조트는 사르코가 사형에 사용되는 것은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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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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