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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5 (일)

“경찰, 트럼프 피격 26분전 범인 거동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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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SS ‘부실 경호’ 책임론 날로 확산

“구조대원이 크룩스 발견 후 경찰에 알려”

지역언론, 수사 관계자 발언 인용 보도

‘보안 취약 장소’ 인지하고도 못 막아

국토안보부 장관도 “경호 실패” 인정

의회, 조사 착수… 청문회도 진행키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피격을 막지 못한 비밀경호국(SS)의 ‘부실 경호’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비판과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지역방송 WPXI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에 맞기 약 26분 전인 13일 오후 5시45분쯤 유세 현장에 있던 구조대원 한 명이 건물 지붕 위에 있는 총격범 토머스 매슈 크룩스(20)를 발견하고 경찰에 알렸다고 수사기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세계일보

총격범 집 찾은 수사관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을 수사 중인 수사관들이 15일(현지시간) 암살 동기 등을 조사하기 위해 펜실베이니아주 베델파크에 있는 총격범 토마스 매슈 크룩스의 거주지 문을 두드리고 있다. 베델파크=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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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SS의 완전한 경호 실패다. 크룩스가 총탄을 발사한 창고 건물 지붕에 올라가는 것을 막지 못한 데 이어, ‘수상한 인물이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20분 넘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WPXI는 또 다른 경찰관 한 명도 총격 이전에 지상에서 크룩스를 확인하고 그를 수상한 인물로 보고했으나, 크룩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전했다. 당시 경찰관이 크룩스가 있던 지붕으로 올라서려 하자 크룩스가 총을 겨눴고, 경찰관이 이를 피해 지붕에서 손을 뗀 사이 크룩스가 총을 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의회 상·하원 의원 등은 애당초 크룩스가 어떻게 지붕 위로 올라갈 수 있었는지에 대한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 역시 SS의 경호 전략 실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NBC방송은 SS가 해당 건물 옥상을 ‘보안 취약 장소’로 지목하고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건물 수색 및 안전 확보를 SS가 아닌 버틀러 지역경찰에 맡긴 점에 주목했다. 킴벌리 치틀 SS 국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SS는 행사장 내부 경비를 맡았고, 지역경찰이 건물이 포함된 외곽 지역을 보호했다”고 밝혀 ‘책임 전가’라는 비판을 받았다.

경호 전문가들은 NBC방송에 “누구도 지붕에 올라갈 수 없게 경호팀이 지붕 위를 점거하고 있었거나, 옥상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 연단까지 시야를 차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암살 시도 이후 SS의 경호를 받던 정치인이 공격을 받은 것은 이번 피격 사건이 처음이다. SS가 소속된 국토안보부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장관도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피격이 “SS의 경호 실패”였다고 인정하면서 SS에 대한 문책 여론도 커지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는 하원 정부 감독위원회와 국토안보위원회, 상원 국토안보위원회 등 최소 3개 상임위가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상황이다. 공화당 소속 제임스 코머 하원 감독위원장은 16일 SS로부터 브리핑을 받고 22일 치틀 국장을 불러 청문회를 연다.

치틀 국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2년 임명한 인물이다. 치틀 국장은 이날 “(피격 사건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고,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고 인정했으나 사임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SS의 부실 경호가 의도적이었던 것 아니냐며 ‘바이든 책임론’까지 부각시키고 있는 상황이라 문책성 인사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격범 크룩스의 범행 전날 행적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CNN은 크룩스가 12일 집 근처 사격장을 찾아 아버지와 사격 연습을 했고, 범행 당일 아침에는 동네에서 탄약 50발과 사다리 등을 구매했다고 보도했다. 크룩스는 이후 버틀러 유세장까지 자신의 차량을 몰고 갔으며, 차량 트렁크에 사제 폭발물을 설치한 뒤 원격 기폭장치를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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