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8.25 (일)

트럼프 대선열차 탄 ‘흙수저’… 러스트벨트 공략 골드카드로 [뉴스 투데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美 공화 부통령 후보 오른 밴스

백인 빈민가정서 자수성가

자전적 소설 ‘힐빌리의 노래’로 명성

로스쿨 거쳐 벤처캐피털 대표 지내

“워싱턴은 가난을 잊었지만 그는 안다”

1952년 이래 최연소 후보 지명

反트럼프 표방하다 6년 전 노선 변경

낙태 반대·불법 이민 차단 ‘코드’ 일치

중도 대신 강경파… “트럼프의 자신감”

“사람들은 힐빌리(hillbilly), 레드넥(redneck), 화이트 트래시(white trash)라고 부르지만, 나는 이들을 이웃, 친구, 가족이라고 부른다.”

15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J D 밴스(39) 오하이오주 연방 상원의원이 2016년 출간한 자신의 자전적 소설 ‘힐빌리의 노래’에서 자신의 뿌리인 러스트벨트(rust belt: 미국 오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업지대) 백인들에 대해 애정을 담아 언급한 대목이다.

세계일보

전광판에 뜬 트럼프… 지지자들 환호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열린 15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 포럼 행사장 대형 전광판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입장 준비를 하는 모습이 송출되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밀워키=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해병대, 예일대 로스쿨을 거쳐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기업인 경력을 등에 업고 30대의 나이로 2022년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밴스 의원은 이날 1952년 이래 최연소 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 이 같은 성공 가도와 달리 그는 쇠락한 러스트벨트인 오하이오에서 태어나 마약 중독자 어머니, 실업자 아버지 밑에서 암울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른바 ‘트럼프 현상’을 만들어낸 교육받지 못한 백인 노동자 계급이 그의 뿌리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부통령 후보 지명 사실을 알리며 “밴스는 선거 가도에서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위스콘신, 오하이오, 미네소타 그리고 그 너머의 미국 노동자들과 농부들, 그가 이제까지 용감하게 싸운 이유였던 이 사람들에게 강도 높게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스트벨트 백인 노동자의 지지를 받지만 아버지대부터 ‘금수저’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밴스 의원을 러스트벨트 경합주를 공략할 카드로 선택한 것이다.

부통령 후보로 확정되자 전당대회가 열리는 위스콘신 밀워키 파이서브 포럼에서 밴스 의원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인도계 변호사인 아내 우샤 밴스와 함께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했다. 버니 모리노 오하이오 상원의원 후보는 “그는 가난하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안다. 워싱턴은 이를 잊어버렸다”며 “그는 어떤 미국인도 다시 잊히지 않도록 헌신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세계일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이 귀에 거즈를 붙인 채 15일(현지시각) 미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파이서브포럼에서 개막한 공화당 전당대회(RNC)에 참석해 JD 밴스 부통령 후보와 얘기하고 있다. AP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초선인 밴스 의원은 낙태 금지, 불법 이민 차단, 기후변화 평가절하,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 등 대부분의 쟁점 정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견해가 같다. 특히 ‘미국인의 일자리’와 관련된 주제엔 누구보다 강경하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밴스 의원이 2022년 상원의원 선거에서 이민 정책에 대해서만은 스스로 모두 작성했으며 “조 바이든의 개방적 국경정책이 오하이오인들을 죽이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이민자 과잉 유입이 오하이오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점을 짚은 것이다. ‘경제적 포퓰리스트’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관세 정책에 대해서도 “펜실베이니아나 오하이오, 미시간 같은 곳에서 더 많은 미국제 상품이 제조될 것”이라며 옹호했다.

그는 2016년 처음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의 경력을 쌓을 땐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하지만 정치권 진출을 염두에 둔 2018년부터는 친트럼프로 돌아섰고 2020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사기’ 주장에 동참했다. 이번 대선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미국 우선주의’ 어젠다를 전파하고 있다.

세계일보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이 15일(현지시각) 부인 우샤와 함께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파이서브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RNC)에 도착하고 있다. AP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밴스 의원은 실리콘밸리 인맥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일했던 벤처캐피털 미스릴 캐피털은 공화당의 큰손 기부자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 등이 공동 설립한 회사다.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일한 배경을 바탕으로 2022년 상원에 출마할 때 실리콘밸리 인맥의 도움을 받았다.

‘개천의 용’에 비견되는 밴스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들이 반길 인물이다. 중도층 확장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마코 루비오 연방 상원의원(플로리다)이나 강경 색채가 상대적으로 덜한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주 주지사를 택하지 않은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신감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밴스 의원의 경쟁 상대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밴스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밴스 의원이 모르는 번호여서 받지 않았고 해리스 부통령은 그에게 축하 메시지와 함께 CBS가 제안한 토론에서 만났으면 좋겠다는 뜻을 보이스메일로 남겼다고 한다. 일각에선 지지율이 높지 않은 해리스 부통령이 ‘뉴페이스’인 밴스 의원과의 경쟁에서 참신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