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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5 (일)

[기자수첩] 백종원 대표님, 왜 상장하려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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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최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셀프 디스’(자아 비판) 영상이 화제다. 그는 본인이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 여러 문제점을 찾아내 비판하고 있다. 그간 ‘백종원 식당’에 불만이 있는 사람이 많았던 것인지 중식당인 ‘홍콩반점’편 조회수는 870만을 넘어섰다.

문제점을 찾아낸 것은 좋았지만, 해결책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그는 각 지점에 조리법 영상이 담긴 모니터를 설치하고, 점주들을 재교육했다. 모니터 설치엔 9000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셀프 디스 영상은 재밌었으나 재미와 별개로 백 대표가 쇼잉(보여주기)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다. 상장을 앞두고 브랜드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이같은 기획을 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실제 더본코리아는 상장을 앞두고 가맹점주와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더본코리아 브랜드인 ‘연돈 볼카츠’ 점주들은 “본사가 월 매출액으로 3000만원을 제시했다”며 허위·과장 광고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본코리아 측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공은 공정거래위원회로 넘어간 상태다.

일련의 사건을 보면서 느낀 점은 역시나 프랜차이즈 기업은 상장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상장사는 안정성과 성장성이 충족돼야 하는데, 국내가 주 무대인 프랜차이즈는 성장성이 낮은 환경에서 제로섬 게임을 할 수밖에 없어서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 유통 마진에 기대 돈을 벌어야 한다. 수익을 개선하려면 납품 단가를 올려야 해 가맹점 반발 및 이탈을 겪고, 제품 가격을 올리자니 소비자 외면을 받는다. 외식업 특성상 브랜드 평판과 유행에 따라 실적 편차도 크다.

교촌치킨 운영사인 교촌에프엔비 외에 시장에 남아있는 프랜차이즈 상장사는 전무하다. 연안식당을 운영하는 디딤이앤에프는 거래가 정지됐고, 미스터피자 운영사로 유명했던 코스닥 상장사 MP대산(현 대산F&B)은 피자 시장 경쟁 심화와 브랜드력 약화로 미스터피자를 분할해 떼냈으나 역시나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더본코리아는 최대 4000억원의 몸값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노리고 있다. 거래소에서 상장 예비 심사가 진행 중으로 이달 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25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고,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900억원이 넘을 정도로 곳간이 넉넉하다. 설령 회사가 돈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백 대표 지분율이 76%가 넘어 일부 지분을 팔아 재투자해도 되는 상황이다.

백 대표는 왜 상장을 하려는 것일까. 간혹 회사 인지도 향상을 위해 상장한다는 기업도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업가인 백 대표는 그런 케이스도 아니다.

상장은 회사 주식을 공개 매각하는 과정이다. 신규 상장해 어떤 효과를 노리는지, 어떻게 가맹점주들과 협력하고 어떻게 주주들의 이익을 보전할 것인지, 향후 성장 전략은 무엇인지 등 새내기 상장사 최고경영자(CEO)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매일 쌓여가고 있다.

끝으로 하나만 더. 셀프 디스 영상에서의 해결책을 보면 백 대표의 생각은 ‘내 매뉴얼에 문제가 있을 리는 없으니, 조리법만 똑바로 따라 하면 고객의 불만은 없을 거야’다. 백 대표가 요식업계에 입지전적인 인물인 것은 맞지만, 그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더본코리아라는 상장사는 백 대표의 개인회사로 끝나선 안된다. 백 대표 한 명에게 너무 좌지우지된다는 것도 상장사로서는 결격 사유다.

오귀환 기자(og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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