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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4 (토)

“부사관은 집사가 아닙니다”…‘서울안보포럼’ 軍 향한 쓴 소리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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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없는 ‘K-군대’…장관·장군·결정권자들 반성해야”

인구절벽·사기저하, 대한민국 안보 위협 심각한 도전

헤럴드경제

서울안보포럼(SDF)이 16일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2040을 지향하는 자부심 넘치는 군대 육성’이란 주제로 정기 총회 및 창립 1주년 세미나를 개최한 가운데 인구절벽과 간부 사기 저하라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우리 군과 안보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에서 쓴 소리가 쏟아졌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자료사진. [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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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부사관은 집사가 아닙니다. 업무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데 군생활을 하고 싶겠습니까”

인구절벽과 간부 사기 저하라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우리 군과 안보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에서 쓴 소리가 쏟아졌다.

서울안보포럼(SDF)은 16일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2040을 지향하는 자부심 넘치는 군대 육성’이란 주제로 정기 총회 및 창립 1주년 세미나를 개최했다.

‘병 봉급 200만원 시대 초중급 간부 자긍심 고취 방안’과 관련해 토론에 나선 김형래 예비역 육군 상사는 현재 부사관들이 처한 환경에 대해 “군인인지 공사장에서 막노동하는 건지, 일은 지휘관이 시키니 하는데 공사장에서 일용직 근로자처럼 대한다”며 “전투 전문가가 필요한 게 아니라 부대를 잘 관리해줄 집사가 필요한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장교는 역보직이 없지만 부사관은 부소대장을 하다 해당 소대 분대장으로 보직이 바뀌기도 하고 주임원사 임기가 끝나고 행정보급관하고 부소대장하는 원사도 있다”며 “사단장 임기 끝나고 여단장하는 장교는 없다. 대대장 임무 수행하는데 중대장 하라고 하면 받아들일 장교가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왜 부사관들에게는 당연하다는 듯 이런 것을 강요하느냐”며 “부사관 후배들이 이런 선배들의 모습을 보는데 무슨 자긍심이 생기고 군생활을 하고 싶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데, 내년 당장 월급을 2배 올려줄 게 아니라면 방법은 없다”면서 “이미 전역을 결심한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돌리겠느냐”며 지금과 같은 구조와 인식에서는 부사관들의 자긍심 고취는 물론 이탈을 막을 수 없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내놓았다.

유튜브 ‘캡틴 김상호’를 운영하는 김상호 예비역 대위 역시 “희망이 없는 K군대”라며 같은 맥락의 얘기를 쏟아냈다.

그는 현재 우리 군에 대해 장교의 자부심은 사라지고 머리수만 채우는 조직이 돼버렸다고 평가한 뒤 “우리 군대는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조직이냐, 지휘관들이 싸워서 이길 생각은 하고 있느냐”며 “국가와 국민이 군에 관심이 없다고 하기 전에 군인들이 싸울 생각이 없는데 무슨 호소력이 있겠느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예산이 부족하다, 처우가 부족하다 이야기하기 전에 군인으로서 할 역할을 했는지,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는지 장관과 장군, 결정권자들이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학군장교와 3사관학교, 부사관 등 초급간부 지원율이 매년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5~10년 차 중간 간부의 이탈이 심각하다며 군의 허리가 잘리는 총체적 난국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학군장교(ROTC)는 2018년 3.4대 1에서 작년 1.9대 1, 3사관학교는 2018년 6.1대 1에서 작년 2.5대 1, 그리고 부사관의 경우 2018년 4.0대 1에서 작년 2.6대 1로 경쟁률이 급감했다.

유 의원은 청년들이 더 이상 군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로 낮은 급여와 열악한 주거환경, 잦은 이사, 홀대받고 후진적인 군대 문화 등을 거론하며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애국페이 강조로는 안 되며 MZ세대 맞춤식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절박함과 위기의식을 갖고 기성세대가 더 노력하고 신뢰의 위기를 직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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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안보포럼(SDF)이 16일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2040을 지향하는 자부심 넘치는 군대 육성’이란 주제로 정기 총회 및 창립 1주년 세미나를 개최한 가운데 인구절벽과 간부 사기 저하라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우리 군과 안보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에서 쓴 소리가 쏟아졌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자료사진. [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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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이날 ‘인구절벽 시대 병력 부족 문제점 해소 방안’과 관련해서는 예비역과 민간인력 활용과 예비전력의 정예화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개진됐다.

도응조(예비역 육군대령)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미래국방 국가기술전략센터 연구위원은 “한국은 인구 저하로 가용 병력 부족을 우려해 첨단과학기술 능력을 활용해 극복하려는 노선을 선택했다”면서 “하지만 전투병력의 수적 열세를 허용해서는 안 되며 적어도 현역 인력은 기존 전후방 병력비 수준이 되도록 반드시 전투부대에 편성하는 구조를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도 연구위원은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기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예비역과 민간인력을 사용하는 것”이라며 “특히 노령층에 대한 군의 일자리 창출과 활용이 결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군은 예비역 활용을 위해 민간군사기업, 용역회사 창설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전투력을 증원하면서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해 민군 결속을 강화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용인(육군 대령) 국방부 예비전력과장은 “인구감소에 따른 병력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현재 상비군 규모 유지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런 상비군을 대체할 수 있는 예비전력의 정예화는 필연적”이라고 밝혔다.

배 과장은 “비상근예비군 제도 확대, 일반예비군 보상비 현실화, 예비군 훈련체계 개선, 예비군 무기장비 현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예비전력 정예화는 이제 먼 과제가 아닌 가장 시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민석 SDF 이사장은 “인구절벽으로 인한 병역 자원 감소는 우리 군 병력 규모 축소를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며 “단순히 병력 수 감소를 넘어 군 작전 수행 능력과 전반적인 안보태세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간부 사기 저하 문제는 군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위협”이라며 “병사 월급 인상과 복무기간 단축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에 놓인 간부들의 박탈감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김 이사장은 그러면서 “이런 문제들은 단순히 군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도전”이라며 “이러한 도전에 맞서 대한민국 안보의 미래를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과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 김근태 국방포럼 대표 등이 참석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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