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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3 (금)

“우리가 출산율 0.7 한국 보다 더 심각해”...이 나라가 호들갑 떠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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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만49세 여성 3.5명중 1명 ‘평생 무자녀’
2005년생은 3명중 1명 이상 전망
한국 아직 10명중 1명꼴...OECD 평균 이하
日 다자녀 가구 많지만 韓은 외동 많아


매일경제

[연합뉴스]


지난해 합계출산율 1.20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한 일본에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같은해 기준 0.72라는 전세계 초유의 숫자를 기록한 한국 소식에 “그래도 우리가 한국 보단 낫네”라며 안도하는 분위기가 읽히자 전문가들이 경고에 나서고 있다.

NHK 등 일본 매체들이 주목하고 있는 건 자국 여성들의 ‘평생 무자녀’ 비율이다. 출산율에 있어서는 한국이 0.72로 전세계에서 가장 낮지만 ‘평생 자녀를 갖지 않는 여성의 비율’로 따지면 현재 일본이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인구학적으로 50세 시점까지 자녀가 없는 여성은 ‘평생 무자녀’로 분류된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의 1975년생(만 49세) 여성들 중 자녀가 없는 비율은 28.3%였다. 이는 OECD 회원국(평균 16.2%)중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현재 일본 여성 3.5명중 1명은 평생 출산 경험이 없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개도국 출산율이 선진국보다 높고 자녀가 없는 비율도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일본 여성들의 무자녀 비율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들의 평생 무자녀 비율은 일본에 이어 스페인(23.9%), 이탈리아(22.5%)가 2,3위로 뒤를 이었다. 한국(12.9%)은 독일(4위), 프랑스(5위), 영국(6위)에 이어 7번째로 아직 일본의 평생 무자녀 여성 비율의 절반 이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일 양국 여성들의 ‘평생 무자녀’ 비율 차이는 합계 출산율은 한국이 일본보다 낮지만, 자녀를 1명 이상 가진 비율은 일본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차이는 일본이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자녀 가구가 많은데서 비롯되는 부분이 큰 것으로 보인다. 윌렘 아데마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자녀 교육비 지출이 매우 많다보니 아이를 하나만 낳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에서는 자녀를 낳으면 2~3명은 낳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1975년생 여성 중 무자녀 여성의 비율은 1955년생과 비교해 16.4%포인트 늘어났는데, 이 증가폭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큰 것이다. 1955년생 일본 여성 중 자녀가 없는 여성은 11.9%, 1935년생은 11.2%였다.

지난해 조사에서 1970년생 여성의 무자녀 비율도 일본이 27%로 조사국 중 가장 높았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2005년생 여성의 경우 평생 무자녀 비율이 33.4%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컨설팅 기업 알파 사회과학주식회사 소속 통계학자 혼카와 유타카씨는 저출산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는 출산율 만 있는건 아니라고 지적하며 “평생 무자녀율을 나타내는 데이터가 적기 때문에 ‘합계출산율’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출산은 출산하는 자녀 숫자가 줄어드는 문제뿐 아니라 평생 자녀를 갖지 않는 이들의 비율도 간과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고령화가 진행되면 표를 좇는 정치인들이 유권자로 신경써야할 이들이 고령자들이 되다보니 좀처럼 저출산 대책에 힘을 쏟지 못하게 되는 사정도 있을 것”이라며 “이런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인구 감소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잘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하는 단계에 이미 접어든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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