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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4 (토)

호주에선 결혼보다 이혼이 더 힘들다…소송비용 모으려 밥까지 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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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효율적으로 이혼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정확히 알고, 서둘러 결정을 내리지 않아야 한다. /위키미디어



아시아투데이 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 호주에서 생활비 압박 때문에 이혼을 연기하고 한 지붕 아래 지내야 하는 부부가 늘어나면서 이혼 당사자와 자녀가 겪어야 하는 정신적 고통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호주 에이비시(ABC) 뉴스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이혼 소송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배우자와 함께 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혼이 쉬운 선택이 아닌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보도했다.

골드코스트에 사는 57세 여성은 가정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딸과 소지품 몇 개를 챙겨 집을 나왔지만, 이혼을 마무리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 고정 수입이 없기 때문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소송비용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호주에서 소송 없이 합의 이혼을 하는 경우에는 법원인지대로 약 100만원이 필요하고, 생계 곤란이 인정될 경우 이 비용을 감면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재산과 부채, 자녀 양육권의 문제로 이혼 전문 변호사를 고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혼 비용은 수천만원을 넘어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한 이혼 전문 변호사는 이혼이 '재량적 지출'이 됐다면서 "이혼 비용과 당장 지불해야 할 생활비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이혼을 연기하고 여전히 함께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정신적 고통도 크지만, 배우자의 귀책 사유를 증명하기 위해 더 많은 서류를 작성해야 해서 비용도 커진다"고 안타까워했다.

호주의 이혼은 2021년 5만6244건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전반적인 이혼율은 1990년대 이후 감소 추세에 있다. 2022년 호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4만9241건의 이혼이 이뤄졌다. 제네비브 디 퀸즐랜드 법률협회 부회장은 "별거와 이혼으로 인한 비용 압박이 5년 또는 10년 전보다 훨씬 더 커졌다"며 "사람들이 소송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의지에 반해 당사자 간 협상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하는 것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치솟는 생활비와 주택시장 위기에 대한 걱정이 크지만, 별거나 이혼을 겪고 있는 사람들보다 더 큰 걱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겪는 사람들이 전문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이혼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도 늘었지만, 금융 지식이 부족한 경우 이혼으로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배우자가 벌어들인 소득, 부채 수준, 현금 자산 또는 암호화폐 계좌의 존재 여부를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추가 부채나 다른 신용대출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지 못해 이혼 후 재산 분할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

변호사들은 이런 문제를 막고 효율적으로 이혼하기 위해서는 이혼 전에 서류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특히 자신의 권리, 자격과 의무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재산 합의에서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 서둘러 결정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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