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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3 (금)

중국에 밀리고 중동에 치이는 한때 '2위 수출품목'···"경기 회복세 탈 때까지 버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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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엔 자동차 수출액보다 더 많아

중국, 중동발 증설 물량에 경쟁력 약화

당장 실적 개선 어려워, 경기 회복 기다려야

아주경제

한 석유화학 공장 전경[사진=게티이미지뱅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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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데일리] 2021년 석유화학(석화) 제품 수출액은 551억 달러(약 75조원)로 반도체에 이은 국내 2위 수출 품목이었다. 같은 해 자동차 수출액은 465억 달러(약 64조원)였다. 한때 자동차 업계보다 잘 나가던 석화업계는 현재 중국, 중동발(發) 공세에 밀리며 생존을 위한 버티기에 들어간 상태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석유화학 산업 2024년 정기평가 결과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국내 12개 석화 업체 중 4곳의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특히 롯데케미칼과 여천NCC 등 기초 소재를 주로 다루는 업체 전망이 어둡다고 봤다.

성동원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15일 "예정된 설비 증설 물량으로 볼 때 2020년대 후반까지 전 세계적으로 공급 과잉 기조가 이어져 석화업계가 어려움을 겪을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 연구원의 설명대로 최근 전 세계 석화 설비는 가파르게 늘어났고 생산량도 동반 상승했다. 시장조사업체 OFB는 전 세계 에틸렌 생산량이 2020년 1억9500만t에서 지난해 2억3500만t으로 늘어났다고 추정했다. 에틸렌은 석화에서 가장 기초적인 소재로 설비 규모를 파악하는 척도라 여겨진다.

공급량 폭증을 이끈 건 중국이다. 지난해 중국의 에틸렌 생산량이 약 5200만t으로 전년보다 약 800만t 늘어난 상황에서 올해 석화 설비 규모를 300만~400만t 가량 늘릴 예정이다.

중동도 '정유·석화 통합공장(COTC)'을 건설하며 증설에 가세하고 있다. COTC는 원유에서 납사를 만들고 이를 바로 정제해 에틸렌으로 바꿀 수 있는 공장이다. 중간 운송 과정이 빠져있어 COTC 설비의 에틸렌 생산 단가는 국내 생산 단가의 약 30%에 불과한 걸로 알려졌다.

국내 석화업계는 단순 증설로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판단에 따라 주력 사업을 기초 소재에서 고부가가치인 친환경·첨단 소재로 전환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ABS 플라스틱 등 고부가가치 소재 제품군을 강화해 기초소재 비중을 낮출 계획이다. LG화학도 친환경·제약·배터리 소재 등 3대 신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대신 에틸렌 같은 기초 소재를 만드는 대표적인 석화 설비인 NCC는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0년 인수한 말레이시아 기초 소재 업체 'LC 타이탄'의 매각을 타진하고 있고 LG화학은 지난해부터 전남에 위치한 '여수 NCC 2공장' 매각을 추진하는 걸로 알려졌다.

다만 두 회사 모두 매출에서 기초 소재 비중이 60%를 넘어 당장 실적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업계 특성상 마트 물건 바꾸듯 주력 사업을 바로 전환하긴 어렵다. 경기 회복 사이클이 도래하길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유환 기자 brightyou@economi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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