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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2 (목)

"이대론 한화엔진 멈춘다"...HD현대+STX중공업에 붙은 공정위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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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정희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이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공무원학원 사업자 간 기업결합 건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3.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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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한국조선해양의 STX중공업과 엔진 부품 자회사 인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향후 3년 동안 경쟁사에 선박용 엔진의 필수 부품인 크랭크샤프트 공급 거절과 가격 인상을 막는 등 조건을 달았다.

향후 HD현대그룹이 시장 지배력을 기반으로 조선업 시장의 유력 경쟁사업자인 한화그룹(한화오션·한화엔진)의 부품 공급선을 조이는 문제를 막기 위해서다.

공정위는 15일 HD한국조선해양의 STX중공업의 주식 35.05%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경쟁 제한성을 판단, 이러한 내용의 시정조치를 내렸다.

이번 기업결합은 △선박 △선박용 엔진 △엔진 부품 등 조선업 수직계열화를 달성한 기업집단 HD현대그룹이 STX중공업(선박용 엔진 사업자)과 그 자회사이자 엔진 부품(크랭크샤프트) 제조사인 한국해양크랭크샤프트(KMCS)를 인수하는 건이다.

공정위는 이번 심사에서 △엔진 부품 및 선박용 엔진 간 수직결합 △선박용 엔진 간 수평결합 △선박용 엔진 및 선박 간 수직결합 △엔진 부품 간 수평결합 등에서 경쟁제한성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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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전경. /사진=머니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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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엔진 부품 및 선박용 엔진 간 수직결합'에 주목했다. 결합회사들이 향후 한화엔진 등 경쟁사에 선박용 엔진의 핵심 부품인 크랭크샤프트 공급을 제한할 우려 때문이다.

이러한 판단에는 한화엔진이 다른 곳에서 크랭크샤프트를 공급받기 쉽지 않은 여건이 고려됐다.

한화엔진은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크랭크샤프트 80%를, KMCS로부터 20%를 공급받고 있다. 다만 KMCS가 경쟁사인 HD현대그룹에 편입됨에 따라 공급선에 차질을 입을 우려가 크다. 그렇다고 두산에너빌리티가 공급량을 늘리긴 어려운 처지다. 공장 가동률이 포화상태다. 또한 중국산 크랭크샤프트는 품질이나 운송비 및 납기 안정성 등 측면에서 대체가 쉽지 않다.

또 KMCS가 한화엔진에 크랭크샤프트를 공급하더라도 불리한 가격 또는 납기로 공급하게 될 우려가 있다.

기업집단 한화가 조선업 시장에서 HD현대에 대항할만한 유력한 사업자란 점도 고려됐다. 이러한 구도에서 한화가 크랭크샤프트 등 주요 부품을 조달하지 못해 경쟁력이 약화한다면 HD한국조선해양 등의 시장지배적 지위는 더욱 강화된다.

공정위가 승인의 대가로 시정조치를 부과한 이유다. HD한국조선해양이 인수 작업을 마치더라도 3년 동안 경쟁 엔진사에 크랭크샤프트 수급이 가능하도록 △공급거절금지 △최소물량보장 △가격 인상 제한 △납기 지연금지 등 조치를 내렸다. 이에 덧대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 시정조치의 적용 기간을 다시 검토한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심사는 '친환경 엔진 투자 등을 통한 전 세계 엔진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라는 당초 결합회사의 목적은 유지하되 경쟁 엔진사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함으로써 국가 기간산업인 조선업 및 관련 중간재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엔진 공급망 훼손 우려"...공정위가 M&A에 손 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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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샤프트, 선박용 엔진, 선박 공급 구조/그래픽=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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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그룹(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이 부품 공급을 끊으면 스스로 판매 손실은 나지만 한화그룹이 엔진 자체를 만들지 못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엔진 판매량이 증가하므로 경제적 유인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러한 우려를 고려, HD한국조선해양의 STX중공업, 그 자회사인 한국해양크랭크샤프트(KMCS) 인수에 조건을 달았다.

경쟁당국은 HD현대가 기업결합 이후 엔진의 핵심 품목인 크랭크샤프트 공급선을 쥐고 지배력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3년 동안 KMCS가 경쟁사에 부품 공급을 거절하거나 가격을 높이지 못하도록 했다.

이번 기업결합은 경쟁사업자 한화(한화오션·한화엔진)에겐 큰 악재다. 공급망 약화는 시장의 경쟁력 측면에선 치명적이다. 한화엔진이 공정위가 부여한 3년간 공급선을 내재화할 수 있을지도 관점 포인트다.


KMCS 인수로 '크랭크샤프트' 판도 기운다

지난해 8월 HD현대의 자회사인 조선사 HD한국조선해양은 STX중공업의 주식 약 35%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당국은 기업결합심사에서 인수·합병으로 인한 시장 독과점 문제를 방지한다.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결합 자체를 금지하거나 경쟁제한성을 회복할 만한 시정조치를 부과한다.

이번 심사에선 경쟁제한성 우려가 불거졌다. 이미 △선박 △선박용 엔진 △엔진용 부품 제조업을 수직계열화한 HD한국조선해양이 추가로 엔진 부품 시장에서 점유율을 키우는 건이기 때문이다.

특히 HD현대의 독과점 가능성과 그 경쟁사업자인 한화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한화엔진이 그동안 의존했던 KMCS로부터 선박용 엔진의 부품인 크랭크샤프트를 공급받지 못할 경우 시장의 판도가 HD현대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국내 크랭크샤프트는 △HD현대중공업 △KMCS △두산에너빌리티 3개사가 생산한다. 부품의 수요자는 국내 선박용 엔진사 △HD현대중공업 △한화엔진 △STX중공업 △STX엔진 4개 사가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듯 HD한국조선해양의 HD현대중공업은 엔진의 필요한 부품을 자체 조달하고 있다. 반대로 한화엔진은 크랭크샤프트를 모두 외부조달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80%) 및 KMCS(20%) 등으로부터 구입한다.

KMCS가 HD현대에 편입되는 건 한화엔진에는 악재다. 부품 공급선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 한화엔진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한화오션의 조선업 자체도 지장 받게 된다.

대체선 확보도 어렵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생산량을 키우기도 녹록지 않다. 최근 원전 핵심 기기 수주 증가로 가동률은 포화 상태다. 중국 부품도 있지만 선주 및 조선사들의 비선호, 내구성 등 품질 차이, 납기 불확실성, 운송비 등 고려하면 대체 가능성이 낮다.

정희은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KMCS가 한화엔진에 크랭크샤프트 공급을 거절하거나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한화엔진은 대체 공급선을 찾기 어려워 엔진을 생산하지 못하거나 인상된 가격을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정조치 3년동안 한화엔진 내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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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샤프트 공급 구조/그래픽=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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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공정위는 결합 당사들에 3년 동안의 행태적 조치 부과를 결정했다. 앞으로 선박용 엔진의 필수 부품인 크랭크샤프트 공급 거절과 가격 인상을 막는 조건들이다.

구체적으로 경쟁 엔진사가 크랭크샤프트 공급을 요청하는 경우 생산능력 범위 내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체결을 거절하지 않도록 했다. 또 2023년에 계약 체결한 공급 물량만큼은 매년 생산능력과 무관하게 계약체결을 거절하지 않도록 한다.

경쟁 엔진사에 공급하는 크랭크샤프트의 가격을 금속가공제품 생산자물가지수 인상률을 초과해 인상하지 않도록 한다. 아울러 경쟁 엔진사에 공급하기로 계약한 물량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이 납기를 지연해서도 안 된다.

정 국장은 "이번 시정조치를 (3년으로) 설계하면서 조선업의 호황·불황 사이클을 고려했다"면서 "2023년부턴 선박 수주가 감소하게 됐는데 3년 후쯤이면 크랭크샤프트 수요가 감소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화엔진은 (부품 공급을) 내재화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어서 경쟁제한성 문제는 3년 동안의 행태적 조치로서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하며 기업결합에 따른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HD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엔진 기술을 접목해 증가하는 친환경 엔진 수요에 대응하고 그룹 내 조선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STX중공업의 경쟁력 강화를 모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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