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8.22 (목)

40억 피해 유튜버 쯔양이 소환한 연인 간 '경제 착취'의 심각성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낮은 형량·피해자 보호조치 미흡한 상황
"관계 특수성 고려하는 법제도 개선해야"
한국일보

유튜버 쯔양. 쯔양 채널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0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쯔양이 전 연인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폭행 및 협박, 금전 피해를 당한 사실이 알려지며 '교제 폭력'의 심각성이 재차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연인이라는 친밀한 관계를 이용해 금전적 이득을 얻는 '경제 착취'는 신체·정신적 폭력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그 수도 증가 추세라 가해자에 대한 형량과 보호조치를 강화하는 등 현행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전 갈취·통제하는 연인 간 교제폭력

한국일보

아내에게 성관계 촬영을 강요하거나 성인방송을 하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30대 전직 군인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2월 4일 미추홀구 인천지법에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쯔양은 1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 남자친구 A씨가 교제 기간 동안 상습 폭행을 일삼았고, 이별할 경우 (불법 촬영)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며 털어놨다. A씨는 쯔양이 '먹방'으로 유명세를 얻자 소속사를 설립해 수익을 7대 3으로 나누는 부당계약도 했다. 이로 인해 쯔양이 입은 총피해액은 4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쯔양과 같은 연인 간 경제 착취는 교제 폭력의 한 유형으로 이미 분류되고 있다. 여성계에서는 이를 '경제적 폭력'으로 정의하는데, 돈을 빼앗는 일부터 자신의 수입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강제로 빚을 지게 하는 등 금전을 이용해 피해자의 일상을 침해하고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모두 포함한다. 한국여성의전화 '2023 상담통계 분석'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경제적 폭력 상담은 450건으로 전체 피해 유형의 17.1%에 달한다. 신체적 폭력(73.8%), 성적 폭력(13.1%), 정서적 폭력(57.8%) 못지않은 수치다. 다른 기관에 접수되거나 신고되지 않은 건수까지 합치면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적 폭력 상담은 2022년보다 59%나 증가했는데 유튜브 등 개인 방송 콘텐츠 시장 활성화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진입장벽이 낮아 누구나 시도할 수 있고 성공하면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연인, 배우자에게 영상 출연을 강요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자극성이 강할수록 조회수가 늘어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 성인물 촬영 등을 강요하는 일도 발생한다. 2021년부터 3년간 아내를 자택에 가두고 성관계 영상 촬영과 성인방송 출연을 강요(감금 및 협박죄)한 군인 남편 A(37)씨는 얼마 전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A씨 협박에 시달리던 아내는 숨진 채 발견됐는데 유서에는 그간의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형량 강화 및 보호조치 개선해야"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교제 폭력 처벌의 법제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교제 폭력은 현행법상 형법으로 대개 다뤄져 피해자 보호 조치부터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피해자가 이별을 고하거나 신고할 경우 보복 위험이 큰데, 형법은 가정폭력 처벌법이나 스토킹 처벌법과 같이 보호조치는 두지 않고 특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에만 안전조치를 적용해서다. 민고은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교제 폭력에선 피해자 보호조치가 미흡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보호조치 관련 법제화를 통해 피해자가 국가기관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들이 겪는 극심한 고통에 반해 형량도 낮은 편이다. 경제적 착취는 신체에 가해지는 물리적 폭행, 모욕, 협박 등 다른 유형의 교제 폭력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가해자가 피해자의 신상 정보를 자세히 알고 있어 피해가 더 크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는 교제 관계의 특수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수정 여성인권상담소 소장은 "연인 등 인적 신뢰 관계가 있는 경우 형을 가중할 필요가 있다"며 "가정폭력 처벌법 등의 적용 대상을 연인 등 관계로 넓히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