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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안세영 배제하더니… '사면초가' 배드민턴협회, 진상조사위 사실상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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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조사 아닌 진솔한 대화 원해"
한국일보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대한배드민턴협회와 대표팀에 '작심 발언'을 한 안세영이 7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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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한 선수 관리 등에 작심 발언을 한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삼성생명)을 배제한 채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던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사실상 조사를 중단하게 됐다. 안세영이 조사위의 출석 요구를 거부한 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위 구성 절차뿐 아니라 협회 운영상의 문제도 조사를 확대해 사면초가에 놓였기 때문이다.

21일 협회와 배드민턴계에 따르면 진상조사위는 이번 주 회의에 안세영을 호출하기 위해 그의 소속팀인 삼성생명에 복수의 일정을 전달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참석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협회는 지난 16일 비공개로 1차 조사위 회의를 열고 진상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안세영이 아닌 김학균 배드민턴대표팀 감독 등 코치진을 먼저 불러 이야기를 들었다. 조사위는 내부 인사 2명, 외부 인사 3명(변호사 2명·교수 1명)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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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뒷줄 왼쪽 첫 번째) 한국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감독이 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진행된 대한배드민턴협회 진상조사위원회 1차 회의에 출석해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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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는 차기 조사위 회의 때 안세영 등 국가대표 선수들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순서가 잘못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안세영과 먼저 소통한 뒤 진상 조사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올 초 파리에서 귀국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협회와 먼저 대화하고 싶다고 언급했던 안세영은 자신이 배제된 채 조사위가 꾸려지고 조사가 착수돼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안세영 측은 조사가 아닌 진솔한 대화를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협회의 조사 대신 그간 대표팀에서 있었던 일들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체육계 한 관계자는 "협회가 맥을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선수가 협회와 대화해 풀고 싶다는 뜻을, 당장 화살을 피하려고 과도하게 일을 벌인 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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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이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붕대투혼'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후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파리=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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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안세영은 일정상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조사위 참석을 꺼려 출석을 거부했다. 무엇보다 협회가 주도하는 조사는 공정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안세영이 지난 19일 협회 대신 역도 국가대표 출신이자 금메달리스트인 장미란 문체부 2차관을 찾아 면담한 이유다. 문체부에 따르면 두 사람은 대표팀 생활 및 고충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장 차관이 안세영의 이야기를 경청한 만큼 앞으로 협회에 대한 문체부 조사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협회는 더 이상 자체 조사를 진행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안세영의 참석을 장담할 수 없는 데다 문체부가 앞서 제기한 조사위 구성 절차의 정당성을 소명해야 해서다. 협회 측은 문체부의 지적 사항을 해소한 뒤 안세영을 불러 조사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한편 문체부는 대표팀의 안일한 선수 부상관리, 체계적이지 못한 시스템 등을 지적한 안세영의 작심 발언을 토대로 협회를 자체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문체부는 이르면 내달 초 보조금법 위반 의혹 등 협회의 운영상 문제를 추가 조사한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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