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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9 (월)

HD현대, STX중공업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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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제한성 우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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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의 주식 35.05%(인수대금 813억 원)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이번 결정은 국내 선박용 엔진 시장에서의 경쟁 제한 가능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3년 간의 시정조치를 포함한다. 해당 시정조치에는 선박용 엔진 부품의 공급거절 금지, 최소물량 보장, 가격 인상 제한, 납기 지연 금지가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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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샤프트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 기업결합의 경쟁 제한 우려와 시정조치

HD한국조선해양의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는 선박·선박용 엔진·엔진용 부품 제조업을 영위한다. HD현대중공업은 자사 엔진에 필요한 크랭크샤프트를 전량 자가소비한다.

STX중공업은 선박용 엔진 제조업을, 그 자회사인 한국해양크랭크샤프트(KMCS)는 크랭크샤프트 제조업을 영위한다. KMCS는 STX중공업에 필요한 크랭크샤프트를 전량 공급하며 일부를 외부에 판매한다. 이번 결합으로 엔진 부품과 선박용 엔진의 수직결합, 선박용 엔진의 수평결합, 선박용 엔진과 선박의 수직결합이 발생한다.

한화엔진의 경우, 주요 공급처인 두산에너빌리티의 공장 가동률이 포화상태에 달하고, 원전 주기기의 수주 증가로 크랭크샤프트 생산을 증대시킬 여력이 충분하지 않았다. 중국산 크랭크샤프트는 품질, 운송비 및 납기 안정성 등 측면에서 대체가 쉽지 않고, HD현대중공업은 크랭크샤프트를 외부에 판매하지 않으므로, 한화엔진에게 KMCS가 유일한 대체공급선이었다.

공정위는 HD현대와 STX중공업 간의 기업결합이 선박용 엔진 및 엔진 부품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엔진 부품인 크랭크샤프트의 수직결합과 선박용 엔진 간의 수평결합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는 한화엔진과 STX엔진 등 경쟁 엔진사가 핵심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 엔진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되었다.

기업결합 전, 한화엔진은 크랭크샤프트 공급을 로부터 20% 받았으나, KMCS 기업결합으로 인해 KMCS가 공급을 거절할 유인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경쟁 엔진사가 안정적으로 크랭크샤프트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필요시 이러한 조치는 연장될 수 있다.

■ 조선업계의 수직계열화와 시장 영향

한화그룹은 2023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를 시작으로 조선업에 진출했다. 2024년에는 HSD엔진(현 한화엔진)을 인수하며 선박용 엔진 제조업을 수직계열화했다. 이로 인해 한화는 HD현대중공업의 유력한 경쟁사로 부상했다. 그러나 이번 기업결합으로 인해 한화가 크랭크샤프트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선박용 엔진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정희은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이번 기업결합심사는 '친환경 엔진 투자를 통해서 세계 엔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한다.'라는 당초 결합회사의 목적은 유지하되, 경쟁 엔진사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함으로써 국가 기간산업인 조선업과 관련 중간재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 조선업계의 경쟁 환경 유지

현재선박용 엔진 시장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엔진이 경쟁하고 있다. 선주 및 조선사가 엔진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거래구조를 고려할 때, 결합회사가 선주들을 대상으로 엔진 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운 구조다. 또한, 선박용 엔진과 선박 간 수직결합에서도 경쟁제한 우려가 낮다고 평가됐다.

HD현대중공업이 경쟁 조선사에 선박용 엔진 공급을 거절하거나 가격을 인상할 경우, 한화엔진을 통해 엔진 조달이 가능하다. 한화오션은 한화엔진을 계열회사로 두고 있어 선박용 엔진 가격인상 및 공급거절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 삼성중공업은 결합 이후에도 엔진 공급처에 변화가 없어 본 건 결합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이다.

■ 공정위, 구조적 조치 불필요

공정위는 HD현대와 STX중공업 간의 기업결합에 대해 구조적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자회사 KMCS의 매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한 명확한 반응이다.

현재 조선업을 영위하지 않는 사업자가 KMCS를 인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았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한화엔진이 인수할 경우 STX중공업의 CS 수급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KMCS는 STX중공업에 매출을 의존하고 있으며 가동률도 20% 내외로 낮다.

■ 이해관계자 의견과 전문가 자문

공정위는 선주, 조선사, 엔진 제조사, 크랭크샤프트 제조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총 10개사로부터 30차례에 걸친 의견을 수렴하고, 전원회의 출석을 통한 의견진술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한국해양대학교, 한국선급,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등의 전문가 자문을 받아 심사를 진행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공정위는 중간재 시장에서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기업결합으로 인한 경쟁 제한이 발생할 경우 적절한 시정조치를 부과할 계획이다. 이는 기업결합으로 인한 효율성 증대는 유지하면서도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 HD한국조선해양, 공정위 결정 수용

HD한국조선해양은 오늘 입장문을 통해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하며 기업결합에 따른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 HD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엔진 기술을 접목해 증가하는 친환경 엔진 수요에 대응하고 그룹 내 조선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STX중공업의 경쟁력 강화를 모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송병철 기자(songbc@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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