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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8 (일)

KAIST “빛으로 기억 조절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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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도 생명과학과 교수팀 성과

단백질의 기억형성 억제 밝혀내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치료길 열려

헤럴드경제

국내 연구진이 빛으로 단백질의 활성을 조절하는 광유전학 기술을 개발, 이를 통해 과도한 기억 형성을 억제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의 발생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KAIST는 허원도(사진)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뇌에서 기억 형성을 조절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밝혀냈다고 15일 밝혔다. 연구팀은 다양한 뇌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활성화되는 대표적인 세포내 신호전달분자효소인 단백질(PLCβ1·인산지질 가수분해효소 C 베타1)에 집중했다. 이번 연구는 기억 형성과 소멸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PLCβ1의 기능을 규명, PTSD와 같은 과도한 기억 형성에 의한 정신질환의 새로운 분자적 기전을 밝히는데 기여했다.

우리 뇌는 매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고 소멸시킨다. 기억 형성과정은 해마라는 뇌 부위에서 이루어지며, 여기서는 양성적 신호와 음성적 신호가 균형을 맞추어 최적의 기억 형성을 유지한다. 그러나 양성 조절 인자가 부족하면 기억 형성에 문제가 생기고, 음성 조절 인자가 손상되면 과도한 기억이 형성된다. 이러한 과도한 기억 형성은 PTSD 같은 정신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PLCβ1이 해마에서 기억 억제자로 작용하여 과도한 기억 형성을 억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등 동 단백질이 해마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혔다.

연구팀은 단백질을 결핍시킨 쥐에서 과도한 기억 형성과 공포 반응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 반대로 동 단백질이 과발현하거나 광유전학으로 활성화시키면 과도한 공포 반응이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단백질이 기억 형성 초기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적절한 기억 형성을 유도함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빛으로 제어하는 광유전학 기술을 개발해 단백질의 기능을 정밀하게 조절했다. 이 기술은 빛을 이용해 특정 단백질을 활성화하거나 비활성화할 수 있어, 뇌의 특정 부위에서 일어나는 신경 활동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이는 광유전학 기술이 신경 과학 연구뿐만 아니라 PTSD 같은 정신질환 원인 규명·치료에도 혁신적인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단백질 결핍 쥐에서 나타난 과도한 공포 반응은 PTSD 환자의 증상과 유사하다.

연구팀은 이 단백질 활성화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과도한 공포 기억이 형성되는 쥐 모델에서 공포 반응을 감소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허 교수는 “이번 연구는 PLCβ1의 기능을 정밀하게 조절함으로써 과도한 공포 기억 형성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제 치료에 적용되거나 이 단백질 신호 억제가 다른 뇌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간에게 적용 가능한지에 대한 임상 연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수 KAIST 생명과학과 박사가 제1 저자로 수행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7월호 인쇄판에 게재될 예정이다. 온라인판에는 6월 28일 게재됐다.

구본혁 기자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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