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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8 (일)

폭우에 힘없이 열리는 '맨홀 뚜껑'…추락방지망 설치율은 5%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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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설치율 5.87% 불과

중점관리구역조차 17.8%

폭우 시 역류한 빗물에 맨홀 뚜껑이 열리면서 지나가던 행인이 추락하는 사건·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사고를 예방할 안전장치 설치는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라 장마철 사고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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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긴 창원시 도로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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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5월 전국에서 추락방지망이 설치된 맨홀은 모두 20만3059개소로 전체(345만4891개소)의 5.87%에 불과했다. 중점관리구역 가운데 추락방지망이 설치된 곳은 5만6762개소로 전체(31만8425개소)의 17.8%였다. '중점관리구역'이란 배수구역 내 우수가 집중되는 지역, 지표 흐름이 불량한 지역, 과거 침수로 인한 피해지역 등 상시 관리가 필요한 곳을 말한다.

주요 지자체의 설치율도 10%를 밑돌았다. 지자체별로는 서울이 8.07%로 가장 높았고, 경기(3.28%)·인천(1.06%)·대구(0.76%) 등은 5%에도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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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맨홀 뚜껑이 열리는 사고는 인명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2022년 8월엔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비를 피해 길을 가던 50대 누나와 40대 동생이 뚜껑이 열려버린 맨홀에 빠지면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 이후 맨홀 추락사고를 방지할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추락방지망은 맨홀 뚜껑에 걸치는 망 형태로, 뚜껑이 열리더라도 추락하지 않도록 한 안전장치를 말한다. 성인 남성 7명이 올라가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돼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환경부는 2022년 12월 '하수도 설계기준'에 맨홀 내 추락방지 시설을 설치할 것을 포함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환경부 지침에 따르면 강우 시 급격한 하수량 증가로 맨홀 뚜껑 이탈이 예상되는 구역엔 맨홀 뚜껑 아래 추락방지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지난해부터 자체 예산 등을 통해 관할 지역에 추락방지망을 설치하고 있다.

그러나 설치율은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서울시의 경우 전체 설치율은 8%를 웃돌고 중점관리구역의 설치율(38.3%) 역시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맨홀 뚜껑 열림 사고는 대부분 빗물이 고이는 저지대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침수 위험이 높은 중점관리구역을 중심으로 추락방지망이 설치되고 있다"며 "설치 비용이 적지 않다 보니 전체 설치율은 더딘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추락방지망을 설치함과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배수로 용량을 지속해서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맨홀 추락 방지 장치를 전국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맨홀 뚜껑이 열리더라도 다시 닫히는 구조로 설계할 필요가 있고, 배수로 용량을 지속해서 늘려서 기후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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