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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 (일)

美 장기국채 금리 급등, 왜? [US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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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우려에도 트럼프 우세론에 ‘발작’


매경이코노미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이 커지자 미국 국채 금리가 장기물을 중심으로 ‘발작’처럼 뛰어오르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월가에서는 트럼프의 부활이 시장에 미칠 가능성을 분석하며 시장 변동성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7월 1일(현지 시간) 관측된 미국 장기국채 금리 움직임은 월가에서 이상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날 나온 미국 ISM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5로 예측치인 49.2를 밑돌았다. 전월 기록한 48.7보다 더 낮게 나왔다. 이 지수가 기준선인 50을 밑도는 것은 미국 제조업 경기가 둔화 기미를 보인다는 의미다. 통상적인 상황이라면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며 국채 금리가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무려 12bp(1bp = 0.01%포인트)나 급등한 연 4.48%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 여파가 컸다. 연방대법원은 전직 대통령 재임 중 일어난 공적 행위는 형사 기소를 면제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에 대한 판단을 하급심 재판부로 넘겼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 전까지 관련 재판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사라졌다.

가뜩이나 지난 6월 28일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토론회 이후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었다. 이번 판결로 트럼프 재선 가능성이 커지자 채권 시장이 트럼프에 베팅하며 국채 금리를 한껏 끌어올렸다는 진단이다.

7월 1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연 4.48%로 12bp 깜짝 상승

트럼프 재선 가능성에 시장금리가 급등한 것은 그의 경제 정책이 물가 상승률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미국 재정 적자 확대가 주요 우려 사항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규모 감세 공약을 내세우고 있어 재정 적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채 발행량을 늘리고 금리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 잭 애블린 크레셋캐피털 투자책임자는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는 투자 측면에서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며 “(올해로 만료되는) 법인세 인하가 내년에 연장된다면 고금리 장기화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부과 정책도 금리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관세 10%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60% 이상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는 수입품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이민 제한 정책 역시 물가 잡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으로 복귀해 이민 장벽을 높이면 임금 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월가는 만약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공화당이 백악관과 의회 모두를 장악하며 재정 적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점을 걱정한다. 대선과 함께 열리는 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의회까지 장악한다면 급증하는 재정 적자를 견제할 세력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이 곧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어 사실상 정당별로 큰 차이가 없다는 것. 윤제성 뉴욕생명자산운용 CIO는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만만찮은 돈 풀기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트럼프 당선이 오히려 국채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선거 결과에 따라 재정 적자에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낮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더라도 관세 인상 정책이 경제 성장을 저해해 오히려 장기물 금리가 내려갈 수 있다”고 밝혔다.

[뉴욕 = 홍장원 특파원 hong.j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7호 (2024.07.03~2024.07.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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