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작전 지침 합의는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 공격에 맞설 미국의 핵우산 운용을 문서화했다는 데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미국은 그동안 핵무기 사용은 자신들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핵우산’ 또는 ‘확장 억제’라는 추상적 약속 수준에 그쳤다. 지금까지 미국은 시간이 임박해 핵 잠수함이나 전략폭격기 같은 자신들의 전략 자산 전개를 통보·협의했지만 이번 작전 지침을 통해 한국과 미국이 상시로 전략 자산 전개를 논의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다음 달 한미 연합 훈련부터 핵무기 사용을 가정한 도상 훈련도 시행된다.
그러나 북한의 침략에 대한 반격과 북의 도발 징후 때 북의 핵심 시설을 선제 타격하는 내용을 담은 한미 연합 작계(작전 계획)에는 아직 핵 운용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작전 지침 합의가 누구도 돌이킬 수 없는 제도화가 되려면 작계에 반영돼야 하는데 아직 그런 수준의 합의까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는 작년에 핵협의그룹(NCG)을 만들어 미국 핵 운용에 대한 협의 수준을 높이는 ‘워싱턴 선언’과 캠프 데이비드 협정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핵우산’ 보장 강화 수준을 높여왔다. 이는 한국과 미국의 정권이 바뀌었기에 가능했다. 이번 공동 지침 역시 미국 대선 이후를 고려해 서둘러 안전장치를 확보했다는 의미도 있다.
한국은 핵 없이 핵무기를 가진 북한, 중국, 러시아와 맞서고 있다. 북·러가 한쪽이 공격당하면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자동군사개입 조항’ 협정에 서명까지 한 상황이다. 미국의 핵우산으로는 억지에 한계가 있게 됐다. 만약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면 그동안 한미가 어렵게 이룩한 주요 합의들마저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 그때는 우리도 모든 가능성을 열고 자신을 지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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